은행권만 2조 돌파…1년 새 두 배↑

4년여 만에 끝난 만기연장·상환유예

억눌려 온 고금리 충격 본격화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자영업자에게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두 배 가까이 불어나며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가 몰아쳤던 10여년 전을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년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이 끝나자마자 연체가 폭증하면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생각보다 길어지는 고금리 터널 속 벼랑 끝에 내몰리는 동네 사장님들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0개 모든 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총 2조171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86.3% 증가했다.

이같은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는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직전 최대 금액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던 2009년 3월에 기록한 2조603억원이었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해 말 기업은행이 떠안고 있는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가 461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8.0%나 늘며 최대를 나타냈다. 이어 NH농협은행이 357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48.5% 급증하며 해당 액수가 큰 편이었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하나은행은 2833억원으로, 국민은행은 2371억원으로 각각 46.7%와 101.1%씩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 보유량이 증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2328억원으로, 우리은행은 1714억원으로 각각 66.6%와 27.4%씩 개인사업자 대출에서의 연체가 늘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사라진 직후 이처럼 부실대출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오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실시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4년 넘게 지속되다가 지난해 9월 종료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은행 대출을 갚는데 곤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이면에는 고금리 충격이 자리하고 있다. 치솟은 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출 이자가 쌓이고, 이로 인해 차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로 빚으로 버텨 온 자영업자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 338조4540억원 정도였던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2년 만인 2021년 말 422조9712억원으로 400조원을 크게 뛰어넘었고, 이후로도 증가세를 지속해 지난해 말에는 450조2325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원의 영향으로 최소화됐던 개인사업자 대출에서의 부실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단순한 연체 여부 뿐 아니라 차주의 상황별로 연착륙을 유도하는 핀셋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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