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하루가 멀다 하며 진화하고 있다. 최근 해외 선도 기업이 출시하는 기술 및 서비스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AI와 사람 간 소통 방식,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상호작용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키워드 중심으로 이뤄졌던 검색도 이용자의 구체적인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상세하게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AI 경쟁력은 미래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각국은 AI기술 발전과 활용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선도 기업의 기술력은 국가 경쟁력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AI가 산업 전반에 미칠 활용도와 파급 효과를 고려한다면, 그 경제적 가치는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날 것이다.

EU와 미국은 AI 발전 속도에 발맞춰 관련 법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AI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관리하는 동시에 자국 내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EU는 올해 3월 AI법을 통과시켰다. 핵심은 AI 기술에 위험 등급을 부여하고 고위험군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을 위반하는 기업은 전 세계 매출의 7%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EU의 이러한 조치는 AI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 기업에 대한 견제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 즉, EU 역내 AI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2021년 AI 이니셔티브법을 통해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국가 전략을 수립했다.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적극적인 인력 양성으로 AI 분야의 저변 확대를 목표로 삼았다. 또 AI 표준 및 평가 기준 마련을 통해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법안의 시행으로 미국의 AI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된 셈이다.

한편, 최근 들어 AI 기술과 데이터를 둘러싼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의 틱톡 매각, 중국의 데이터 서버 현지화, 일본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요구 등이 대표적이다. EU 역시 역외라 할지라도 유럽 시민의 데이터를 활용한 AI 서비스에는 자국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국내 현황은 어떤가. 게임의 룰이 절실한 시점에서 AI 기술 발전과 산업 육성을 뒷받침할 법과 제도의 기본 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AI기본법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가 종료까지 불과 열흘 정도 남은 시점에서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현행 법안은 AI 규제보다는 산업 진흥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선(先)허용, 후(後)규제 원칙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이다. AI는 개발과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알고리즘 편향, 일자리 대체, 딥페이크 등 다양한 부작용과 위험이 수반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규제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 건 기업과 국민이다. AI 산업 생태계 조성이 그만큼 늦어지는 한편, 국민의 안전과 권익 보호도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세운 글로벌 AI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확보와 정책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뢰 구축과 국제 공조 등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정부와 국회, 기업과 시민사회 등 사회 각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특히 AI기본법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열린 소통과 진지한 토론이 시급하다.

송민택 공학박사 pascal@apthef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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