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2400억 증가

코로나 지원 종료 한몫

1분기 상·매각만 1.7조

연내 금리 인하 불투명

이자 부담 이미지. ⓒ연합뉴스 이자 부담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보유한 자산에서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깡통 대출’이 올해 들어 석 달 동안에만 2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4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의 빚 상환 여력이 갈수록 악화하는 탓이다.

특히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고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서 잠재 부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연중 내내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실로 인한 은행들의 손실은 계속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올 1분기 말 기준 3조758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8%(2378억원)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7.3%(5553억원)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은 90일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과 이자 미계상 여신의 합계를 말한다.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거둘 수 없어 고정이하여신보다 악성으로 취급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8668억원으로 15.6%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우리은행이 6126억원으로 신한은행은 6866억원으로 각각 15.8%, 13.3%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농협은행도 7886억원으로 2.7% 늘었다. 반면 하나은행은 8040억원으로 7.4% 감소했다. 2022년 4분기(6521억원) 이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말 9000억원에 육박하자 부실 정리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은행들의 대출 자산에서 무수익여신이 확대된 배경엔 장기화하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후 같은 해 2월부터 10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대출자들이 감당하기엔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시행한 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수면 아래 있던 부실도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금융지원 대상 차주들의 분할 상환이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는데, 유예 기간 동안 누적된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부실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 3월 기업대출 평균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96%를 기록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2021년 8월(연 2.78%)보다 2.1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최근 기업대출 평균 금리가 4% 후반대로 소폭 내려왔지만, 2022년 9월(4.66%) 이후 올 2월까지 17개월간 5%대가 유지되기도 했다.

한계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각종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실제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의 파산 신청은 1657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파산 신청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 어음부도액도 지난해 말 5조34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4배 급증했다.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오랜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실로 인한 은행권의 손실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 1분기 5대 은행이 단행한 상·매각 규모는 1조60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5% 급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재 상황은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때와 많이 달라졌다”며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관해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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