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형사전문 이길우 변호사] 변호사로서 자기 사건을 알리는 것만큼 민망한 행위가 없지 않을까 싶지만 향후 칼럼을 통해 일련의 수행한 사건들을 과감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유는 좀 더 많은 분들이 교통사고 사건과 관련하여 제대로 된 지식과 상식을 갖춰 불필요한 법적 문제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라서다.

오늘은 그 첫 내용으로 최근 불송치를 받은 도주치상, 소위 ‘뺑소니’로 알려진 사건을 말씀드리겠다.

그 전에 잠깐 이해를 돕기 위해 무죄를 뜻하는 법률용어를 언급하고 가겠다. 한 사람이 위법 사항에 연루되어 형사 입건이 되면 피의자 신분이 된다. 범죄 혐의를 의심받는다는 뜻이다. 피의자는 경찰조사를 시작으로 검찰처분, 최종적으로 법원의 선고를 받는다. 그런데 각 기관마다 피의자에게 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이를 경찰에서는 불송치, 검찰은 무혐의, 법원에서는 무죄라 부른다.

오늘 소개하려는 케이스는 최종적으로 경찰에서 불송치 결론이 난 사건이다. 본 변호사 조력을 받은 의뢰인은 뺑소니 혐의를 받은 피의자 A씨였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겨울, A씨는 사업상 만난 거래처와 업무 미팅을 마치고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던 중 전방에 정차한 차량을 피해 우회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후진을 했는데 뒤에서 전진하던 B씨 차량 앞부분을 가볍게 충돌하였다. 당시 A씨 차는 충돌방지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었기에 A씨는 계기 작동으로 인한 급정거로 생각했을 뿐 사고가 있었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A씨는 본인이 후진하여 뒤쪽 차량 주행에 방해가 될까 봐 재빨리 앞차를 피해 전진하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현장을 이탈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A씨는 경찰로부터 도주혐의라는 연락을 받으며 본인이 피의자가 됐음을 알았다.

부랴부랴 지인의 소개로 B변호사를 소개받은 A씨는 상담 과정에서 사고 자체가 워낙 경미하여 큰 처벌은 받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고 다소 안심을 하였다. 하지만 이내 도주치상 혐의가 인정되어 유죄로 결론이 나면 형사처벌과 별도로 면허가 취소되고 4년간 면허를 다시 취득하지 못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듣는다.

어떤 이유로 본 변호사와 인연이 된 A씨는 본인은 사고 자체를 정말 알지 못했다며 만일 4년간 운전을 하지 못하면 사업상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읍소하였다.

사건을 수임하면서 본 변호사는 제일 먼저 피해자 두 분에게 연락을 취했고 충격 자체가 아주 경미해 혹시 실제로 다친 곳이 있는지 문의하였다.

너무 다행히도 피해자들은 사고 같지도 않은 사고였기에 부상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를 내고도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고 가버린 상대방이 괘씸하여 신고했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언급하는 내용을 반드시 기억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소 딱딱하더라도 반드시 알아두셔야 할 부분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도주운전죄’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서 이렇게 정의한다.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입은 사실을 알았음에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다.

다시 말해 도주운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신체적으로 반드시 사상을 입어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피해 정도가 형법에서 규정한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로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고 그로 인하여 건강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떠신가? 이 대법원 판결이 이 사건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될 수 있는지 개념을 잡으셨으리라 믿는다. 다음은 본 변호사가 경찰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 일부를 각색한 내용이다.

‘피해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사고 당시 차량 속도는 10km 미만으로, 이동 거리 역시 1m가 채 되지 않았기에 추돌 정도는 극히 미미하였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은 사고로 인한 피해는 자연치유가 가능할 정도로 상해가 없음을 본인들이 직접 확인하여 주었고, 보험접수 역시 취소하는데 동의를 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교통사고로 피해자들에게 형법상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피의자 A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는 인정될 수 없다.

아울러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차량 흠집은 지극히 경미하여 도로 통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비산물이 흩어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혐의도 인정될 수 없다.’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은 최초에는 뺑소니 혐의에 대하여 A씨에게 유죄가 인정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였으나, 변호인 의견서와 더불어 조사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한 논리를 결국 받아들여 ‘불송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따라서 A씨는 아무런 죄가 성립하지 않았고 결국 형사처벌을 받지 않음은 물론 4년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교통사고 사건은 생각만큼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운전하는 본인도 가급적이면 많은 걸 아는 게 중요하다. 만에 하나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하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사고 상황을 듣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바로 진단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갖추었는지 반드시 확인하길 바란다.

|이길우 법무법인 엘케이에스 대표변호사. 공대 출신,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지만 뜻한 바 있어 사법시험을 2년 반 만에 합격하고 13년째 교통사고 형사전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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