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그동안 금융당국의 의지에도 다소 지지부진했던 은행업권 내 ‘경쟁구도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30년여년간 지속해 온 6대 시중은행 체제가 종료된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업권 역시 제4의 인뱅 출범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신규 플레이어의 등장이 고착화된 업권 내 경쟁 구도를 다시 활성화하고, 새로운 혁신을 야기할 수 있는 소위 ‘메기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미 기존 은행들의 시장 지배력, 점유율 등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는 만큼 신규 은행의 등장이 기대만큼의 파급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DGB대구은행 제2본점. 사진. DGB금융그룹
DGB대구은행 제2본점. / 사진=DGB금융그룹

고착화된 경쟁구도, 지각변동 ‘예고’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존 은행권 내 경쟁 구도를 촉진하겠다는 현 금융당국의 의지가 현실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에 따른 실제 파급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시중은행 업권에서는 DGB대구은행(이하 대구은행)이 최근 금융당국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획득, 본격적인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시중은행으로서 영위할 수 있는 영업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후 수도권 및 충청‧강원 등 기존 영업거점 지역인 대구‧경북을 제외한 지역에 약 14개의 영업점을 신설할 계획도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수십 년간 고착화된 소위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 해소에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등 최근 탄생한 신규 은행 카테고리와 달리, 대구은행은 기존에 은행업을 영위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도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 영위해 온 은행업에서 영업 지역과 범위, 그리고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니만큼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이후 예상되는 시행착오는 극히 적을 것이란 기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은행업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시중은행 전환 이후 즉각적으로 실효성, 안정성을 담보하는 경쟁 촉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대구은행 또한 기존 지역거점의 관계형 금융 등 지방은행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려 시중은행으로의 안착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 또한 최근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소위 ‘붐업(Boom up)’을 위한 대대적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 전환을 기념해 기존 ‘DGB함께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연 3.35%에서 3.70%로 0.35%p 올린 데 이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업계 최저 수준으로 책정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달 중, 대구은행은 연 20% 수준의 파격적 금리를 제공하는 초단기 적금상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매일 납입하는 방식으로 한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 20%’라는 금리를 앞에서 초기 고객 유치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인뱅 3사 로고. 사진. 각 사.
인뱅 3사 로고. / 사진=각 사.

출범 앞둔 제4인뱅에도 ‘관심’

대구은행의 참전으로 뜨거워진 시중은행업권 못지않게 인터넷전문은행 업권 또한 신규 플레이어의 등장이 유력해지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3대 인뱅’ 체제가 공고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인뱅 플랫폼의 등장이 또 한 번 업권 내 경쟁 구도를 촉발할 것이라는 예상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국내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던진 곳은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주축이 된 ‘KCD뱅크(가제)’, 그리고 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 기업 ‘더존비즈온’이 준비하고 있는 ‘더존뱅크(가제)’다. KCD는 전국 140만 소상공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며 소상공인 대상 특화 서비스를 제공해온 기업이다.

더존비즈온도 자사에서 운영 중인 ERP 플랫폼을 기반으로 방대한 분량의 기업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향후 대출 시장에서 필수적인 차주별 ‘신용평가’와 관련해,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기업의 자금 데이터가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쉽게 말해 초기 기업대출 확대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KCD와 더존비즈온 외에도 렌딧과 현대해상이 주축이 된 ‘유뱅크’, 소상공인‧소기업 연합체가 준비 중인‘ 소소뱅크’ 컨소시엄도 제4인뱅에 도전장을 던졌다.

다만, KCD뱅크와 더존뱅크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해당 은행 컨소시엄이 기존 시중은행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참전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최근 KCD뱅크 컨소시엄에 투자의향서를 전달했다. 이미 국내 1호 인뱅인 ‘케이뱅크’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인뱅 업권에 관심일 보이는 곳이다.

신한은행도 더존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앞서 언급한 우리은행뿐 아니라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미 카카오뱅크(KB국민), 토스뱅크(하나)에 각각 지분투자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실상 4대 시중은행 중 인뱅과 접점이 없는 유일한 곳이 바로 신한은행이다.

인뱅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빠르면 금융당국의 인뱅 인가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는 올해 하반기 중 제4인뱅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주요 시중은행의 참여가 예상되는 만큼 제4인뱅 경쟁이 곧 시중은행 간 경쟁으로도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위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위

‘메기효과 vs 찻잔 속 태풍’, 결과는?

일단 은행업권 전반에서는 신규 플레이어의 등장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소간의 출혈경쟁은 불가피하겠지만 새로운 은행의 출범이 업권 내 적절한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긍정적 전망만큼이나 우려의 시선도 공존한다. 기존 플레이어의 점유율이 워낙 굳건한 상황에서, 사실상 신규 플레이어 등장이 ‘메기효과’ 아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 약 30년간 굳어진 과점체제를 혁파하기엔 대구은행의 자본력, 영업력이 상당히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분기 기준 대구은행의 자본 규모는 약 4.9조원 수준인데, 이는 약 23~26조원 수준인 5대 시중은행의 자본규모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시중은행 안착을 위한 첫 단계가 대출 자산 확보라는 점에서 자본 규모는 대출 공급 총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거론된다. 국내 은행권 전체 여신공급 규모에서 대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8~22% 수준을 보이는 기존 시중은행과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뱅 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물론 출범 초기부터 문제로 제기되온 여수신 규모, 당기순이익 등에서의 부진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는 평가다. 다만, 이는 3대 인뱅 간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의 결과일 뿐 실질적인 성장을 위한 기초체력은 여전히 허약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제4인뱅의 등장이 기존 업권 내 경쟁력 촉진이 아닌, 출혈경쟁 심화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중은행들도 그간 인뱅의 강점이었던 ‘디지털 플랫폼’에 집중투자 하면서 격차도 많이 좁혀진 상황”이라며 “중저신용 대출, 고금리 예·적금 등 인뱅만의 차별화 없이는 업계 전반의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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