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간접투자상품인 주가연계펀드(ELF) 설정액이 지난 2003년 4월 이후 21년 만에 5000억원 아래로 추락했다.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판매 중단으로 이어진 결과다. 자산운용업계는 날로 쪼그라드는 ELF에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ELF가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은 아니지만 상품 라인업 확대, 판매사와 관계 구축 등의 측면에서 쓰임새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국내 시장에 설정된 ELF는 287개고, 설정 규모는 4815억원이다. 작년 말(2023년 12월 29일)까지 ELF 수는 664개, 설정 규모는 1조3980억원이었다. 5개월 만에 상품 수는 반토막이 나고, 설정액은 3분의 1로 위축한 것이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과 같은 기초자산이 일정 기간 미리 정한 범위 내에서 거래될 때 약정된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그리고 이 ELS를 여러 개 담은 상품이 ELF다. 복수의 ELS를 묶는 구조이다 보니 리스크 분산 효과가 있다. ELF를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구분하는 이유다. 통상 ELF 만기는 2~3년이다. 만기 전 미리 정한 조건을 달성하면 조기에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2003년 2월 24일 2억원으로 출발한 ELF 설정액은 같은 해 4월 8일 5000억원을 넘어섰다. 2008년 6월 9조원까지 불어났던 설정액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다시 1조원대로 급락했다. 다만 금융위기 때도 설정 규모는 1조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H지수 연계 ELS 손실 사태로 판매사들이 잇달아 ELS·ELF 판매를 중단한 탓에 ELF 설정액은 올해 3월 15일 1조원 아래(9978억원)로 내려갔다. 이후로도 ELF 덩치는 계속 쪼그라들어 최근 5000억원 아래로 추락했다. 금투협이 관련 집계를 처음 시작한 21년 전 규모로 되돌아간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홍콩 ELS 사태가 판매사들의 대규모 손실 상환으로 이어지면서 판매 중단 기간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서다. 이달 13일 열린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금융당국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대표 사례에 대한 배상 비율을 30~65%로 결정했다.

보통 운용사는 ELF 수수료로 0.1~0.2% 정도를 떼어간다. 수수료만 놓고 보면 운용사 영업이익에 크게 기여하는 상품은 아니다. 그러나 판매사인 은행과 관계 강화 용도로 ELF의 역할이 크다고 운용사 관계자들은 말한다. ELF 자체가 주로 판매사 측의 요청으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또 ELF 출시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면 고객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어 운용사로선 놓을 수 없는 카드였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ELF는 한때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주목받던 ELS의 대표적인 간접투자상품으로 리스크 분산 효과가 우수하다”며 “투자자의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라도 판매 제도 보완 후 조속한 시일 내에 판매 재개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