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정부 상태로 빠져드는 전세시장…정부 방관속에 갭투자 다시 기승

[땅집고] 경기 파주시 금촌동 '후곡마을뜨란채' 아파트. / 네이버지도

[땅집고] 지난 3월 경기 파주시 금촌동 ‘후곡마을뜨란채’ 84㎡가 지난 3월 3억1800만원에 팔렸다, 그런데 같은날 이 주택 전세금이 3억3000만원에 거래돼 오히려 매매가격보다 1200만원 높았다. 집주인은 무일푼으로 1200만원을 더 받고 집을 구입한 셈이다.

이천시 부발읍 이화1·2차 아파트도 3월12일 매매가 9000만원에 이뤄졌는데 같은날 보증금 9000만원에 세입자를 찾아 매매가격과 전세금 차이가 ‘0원’이었다.

최근 수도권에 전세금이 매매가격을 역전하거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거래가 확산하고 있다. 공급 부족으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수요는 늘어난 탓이다. 불과 지난 2년 전까지 시장에는 높아진 전세금을 이용한 무자본 갭투기(전세를 낀 주택 구입)가 성행했고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전세사기가 벌어졌는데, 또 다시 재앙이 되풀이 될 조짐이 보인다는 평가다. 이 와중에 정부의 전세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는 잠정 미뤄진 상태다. 일각에선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며 사기꾼들의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 다시 고개 드는 갭투자…전세사기, 세입자 부주의 탓일까

전문가들은 전세사기의 시작은 부동산 시장에서 ‘무자본 갭투자’가 주택 구입의 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선 위험성이 높지만, 수도권 집값이 너무 비싸고 앞으로 오르기만 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 커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월세에 머물 수밖에 없는 수요층과, 무리를 해서라도 빨리 집을 사야한다는 공황구매자들이 각기 다른 선택을 하면서 갭투자가 성립한다. 이 점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적한 부분이다. 박 장관은 “전세가 존속할 수 있었던 배경은 끊임없이 전세금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뒷돈을 빼서 앞돈을 메꿔줄 수 있어 유지됐던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매매보다 느슨한 전세 대출 제도가 보증금의 8할을 떠받치고 있어 매물이 부족할 때는 가격이 오름세를 제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전세사기가 대규모로 발생할 때도 ‘전세사기꾼’과 ‘갭투자자’를 구분해 처벌할 기준조차 만들지 못했다”며 “누가 사기꾼이고 실수요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이 왜곡돼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문제는 최근 임대차법 시행 4년을 맞아 신규 전세 거래가 늘어나는 국면이고, 입주 물량 부족으로 공급이 급감하면서 전세 수요가 높아졌단 것이다. 그에 비해 공급 물량이 부족해 갭투자가 다시금 성행할 조건들이 하나둘 씩 갖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금은 지난 1년 간 고공행진 하고 있다. 5월 셋째주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전주 대비 1.2포인트 오른 101.4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선(100)을 넘어선 건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약 2년 6개월 만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아파트 전세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보다 높을수록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내년에도 공급 전망이 좋지 않아 전세금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2만 3786가구로 1년 전(3만 2759가구)보다 23.4%(8973가구)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 전문가들 “4조원 무작정 지원할 수 없지만, 재발 방지해야”

야당이 오는 28일 전세 보증금을 떼인 피해자들을 우선 구제하는 전세사기특별법 통과를 예고했는데, 이에 대해 정부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약 4조원에 가까운 세수 부담이 만만찮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여전히 전세사기 원인을 세입자들의 부주의로만 돌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어 덜렁덜렁 전세계약했다”고 발언해 논란을 샀다.

[땅집고]23일 오후 서울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종합토론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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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조원씩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주거 안전망이 붕괴된 상황을 그대로 두고 4조원어치의 피해가 다시 발생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부동산수석위원은 “전세사기가 세입자와 집주인간 정보 비대칭에서 발생하는 만큼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며 “전세보증보험을 들 수 있는지 여부를 세입자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악성 임대인에 대한 정보 접근이 보다 수월해지도록 하는 방안 등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김 위원은 “전문가이자 중개 역할을 하는 공인중개사의 책임도 강화하는 한편 투명하게 거래해온 중개사에게는 공식 인증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건전한 거래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보증금이 떼일 위험성이 있음에도 전세제도가 장기간 유지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주택 공급이 부족할 때 전세시장이 불안해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임대를 비롯한 공공·민간 부문의 주택 공급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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