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銀 4조8000억…전년比 5%↑

하나만 8100억으로 7%가량 감소

여신 심사·사후 관리 시스템 우수

적극적 기업대출 영업에도 청신호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기업고객 창구.ⓒ 뉴시스

하나은행이 보유한 기업대출에서 신용 손상으로 판단된 채권 규모가 국내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5조원 넘게 불어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가운데 신용 위험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발맞춰 기업대출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 속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기업대출에서 신용 손상으로 자체 분류한 채권 규모는 올 1분기 말 기준 4조816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6%(2096억원) 늘었다.

은행은 정기적으로 기업대출에서의 신용 위험 증감 여부를 합리적인 정보에 입각해 자체 판단한다. 통상 ▲30일 이상 연체 발생 ▲건전성 등급 ‘요주의’ 이하 하락 ▲기업의 완전자본잠식 상태 여부 등을 고려한다. 특히 90일 이상 연체되거나, 담보권 행사 없이 원리금(원금과 이자) 회수가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대출자(기업)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고 간주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6604억원으로 9.4%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은행이 2조7925억원으로 우리은행은 5500억원으로 각각 7.6%, 3.8% 확대됐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의 빚 상환 여력이 갈수록 악화한 탓이다. 여기에 더해 이들 은행은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금융지원이 종료되면서 신용 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했다고 봤다.

반면 같은 기간 하나은행만 8139억원으로 7.2% 감소했다고 판단했다. 우수한 담보가치 등 신용보강 조건이 안정적일 경우 대출을 실행하면서 짊어져야 할 리스크를 덜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신 심사와 사후 관리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하나은행이 기업대출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실제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67조754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7080억원 늘었다. 이는 신한은행(6조3382억원)에 이어 2위에 달하는 성적표다. 이어 우리은행(4조9590억원)과 국민은행(1조4000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당겨보면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벌어진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167조754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1조1030억원이나 증가하면서다. 이는 ▲우리은행(16조5810억원) ▲신한은행(14조8135억원) ▲국민은행(12조2000억원) 등보다 많게는 1.8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그동안 하나은행이 기업대출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왔음에도 신용 위험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행보에도 청신호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발맞춰 기업대출 성장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 속 확대되는 신용 위험이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는 탓이다. 실제 금융그룹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0%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기업대출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데, 추세가 지속되면 대출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인 만큼 우량 기업 중심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등 안정적으로 부실을 관리하면서 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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