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국내 자본시장이 일본처럼 성공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증시의 근간인 기업이 결국 성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자본시장 각계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도움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는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했으며 임직원, 정부, 학계 등 약 200명 이상의 자본시장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자본시장 밸류업 세미나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려 호리모토 요시오(Yoshio Horimoto) 일본금융청 국장이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이날 첫 번째 기조발표를 맡은 호리모토 요시오(Yoshio Horimoto) 일본금융청 국장은 ‘일본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의 주요내용과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은 일본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호리모토 국장은 “기시다 정부가 출범한 이래로 닛케이 지수는 2만엔대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며 “그러다가 일본 개인저축계좌(NISA) 제도를 시행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일본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순매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NISA는 비과세 연간 납입 한도액을 360만엔, 누적 1800만엔으로 기존 대비 3배 늘리고 기간도 무기한으로 변경했다.

이전까지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시장에서 순매도 상태를 보였지만, 이 무렵 워런 버핏이 일본에 방문해 투자 의욕을 드러내자 해외 투자자도 순매수세로 전환, 일본 주식시장이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에 일본 증시는 1989년 거품 경제 피크를 뛰어넘었다.

호리모토 국장은 “일본 주식시장 정책은 예금에서 투자로 전환하기 위한 종합적인 구조개혁”이라며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을 포함해 가계 등 모든 투자자의 행동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호리모토 국장은 기시다 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해외 투자자와 긴밀한 소통으로 일본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뉴욕에서 투자자들과 만나 자본시장 관련 질문을 받았다”며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해외투자자와 소통 노력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종 목적은 보고서를 발표하는 게 아니라,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와 일본 경영자의 의사소통을 충실하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투자자와 소통한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철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호리모토 국장은 일반 투자자의 유입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세제 인센티브와 금융교육 등의 정책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기조발표자로 나선 전은조 맥킨지앤컴퍼니 시니어파트너는 ‘한국 자본시장의 밸류업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전 시니어파트너는 국내 증시가 실제로 저평가돼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한국 기업 역량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라서 구조적인 디스카운트보다는 본원적으로 기업 가치가 부족하다”며 “기업이 이익지표와 정성적지표 개선에 최우선으로 노력하고 자본효율성을 제고하는 게 기본”이라고 짚었다.

전 시니어파트너는 일본의 밸류업 정책의 경우 10년간 장기간으로 진행됐으며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에서 자금을 적극 투입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자본시장 선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고물가로 재정정책에 제약이 있다고 봤다.

그는 “일본과 한국은 기업, 가계 모두 과거보다 소득, 자산 형성이 어려운 사회적, 인구통계학적 문제에서 시작했지만, 일본은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기축통화라는 특수성을 활용했고 양적완화와 재정 확대를 장기간 사용했다”며 “일본 사례를 통해 우리는 밸류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금융투자소득세, ISA 비과세 확대 여부 등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은 결국 기업의 손에 달려 있다”며 “대기업에 편중된 성장이라는 비판도 존재하겠지만, 거래소가 제도개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 파트너는 기관투자자에 관해서는 “피투자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관여 활동을 확대하고,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소통을 통해 피투자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며 일본처럼 프로그래매틱한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 기업금융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한국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의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김지산 키움증권 상무는 기업 밸류업 관련 공시를 단순화해 투자자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고 기업의 공시 부담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ROE 달성과 주주환원율 목표 등 직관적인 내용을 위주로 작성하되 영문 공시를 필수적으로 혼용해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자본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기업 성장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그는 “기업이 배당을 하던 투자를 하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 돈은 실적에서 나온다”며 “정부도 기업이 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법적인 측면에서 소득 과세뿐 아니라 손실에 대한 고려나 필요경비 인정과 같은 보완적인 제도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주주의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차원에서 종합소득세에서 예외시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후 대주주와 소액 주주의 이해충돌을 완화하는 방향에서 상속세를 논의할 필요도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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