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우려에 공급액 ‘반 토막’

SGI서울보증 낮은 승인율 영향

“서민금융 역할 적극 나서야”

이자 부담 이미지. ⓒ연합뉴스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사잇돌대출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금융사들이 취급을 줄이고 있어서다. 기준금리가 11차례 동결되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공급한 사잇돌대출은 18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6% 줄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 7억원 ▲우리은행 4억7000만원 ▲KB국민은행 3억3000만원 ▲하나은행 3억1000만원 ▲NH농협은행 6000만원 순이었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에도 정부가 요구한 사잇돌대출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공급을 더욱 줄이면서 목표치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5대 은행에 사잇돌대출 연간 총 목표액을 221억원 제시했다. 그런데 5대 은행이 지난해 1년 동안 공급한 사잇돌대출은 99억4000만원으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총 목표액 대비 44.9%를 기록했다.

사잇돌대출은 SGI서울보증에서 대출원금을 보증해 주는 정책금융 성격의 중금리 대출 상품이다. ▲근로자(연소득 1500만원 이상) ▲사업자(연소득 1000만원 이상) ▲연금소득자(연간 수령액 1000만원 이상)에게 연 6~10% 금리로 1인당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사실상 1금융권의 대출이 불가능한 4~10등급의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상품이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부터 사잇돌대출 공급은 꾸준히 감소세다. 지난해 2분기 27억2800만원으로 1분기 보다 12.5% 줄었고, 3분기에는 22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17.8%가 감소했다. 4분기에는 18억5000만원으로 전분기 대비 17% 가량 줄었다.

사잇돌대출이 이처럼 감소하고 있는 배경은 은행의 연체율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은행권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45%로 지난해 말 0.38% 대비 0.07%p 상승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14%p 오른 수치다. 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0.46%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최고치까지 오른 바 있다.

일각에선 사잇돌대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사잇돌대출이 민간중금리대출보다 금리가 더 높은 점은 상품 매력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5대 은행이 지난 1분기 취급한 사잇돌대출 신용점수 구간별 대출금리를 살펴보면 ▲701~800점 8.53% ▲601~700점 9.04%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민간중금리대출 평균 대출금리는 ▲701~800점 5.81% ▲601~700점 5.78%로 사잇돌대출보다 각각 2.71%포인트(p), 3.26%p 낮았다.

게다가 은행이 사잇돌대출 신청서를 서울보증에 제출해도 승인율이 낮다는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 사잇돌대출에 고신용자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나자 지난 2022년 신용 평점 하위 30% 차주에게 전체 대출의 70% 이상을 공급하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그 결과 1~3등급 고신용자들의 사잇돌대출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고, 서울보증도 은행별 신용점수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대출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문제는 시중은행을 포함한 1금융권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저축은행이 신규 취급한 사잇돌대출 총액은 1조2780억원으로 전년 취급액인 5956억원보다 114.6%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는 3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0억원 늘었다. 그러나 저축은행들도 리스크 관리를 명분으로 이례적으로 정책금융상품인 사잇돌대출보다 민간중금리대출에 주력하고 있어 중·저신용자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이 연체 위험이 높은 중·저신용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영향으로 사잇돌대출과 같은 서민금융상품 취급이 줄어들고 있지만 은행들의 보증기관의 저조한 승인율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서민금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만큼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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