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관계자가 TSMC의 최신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을 대만에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정부가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TSMC의 최신 파운드리 생산 기술을 자국 내에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TSMC가 미국을 비롯한 해외 반도체 공장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대만 정부의 요구에 따라 제약을 받는 일이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천정치 대만 경제부 차관은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TSMC가 해외에서 가장 앞선 기술로 반도체를 생산하려 한다면 대만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자국에 TSMC의 최신 파운드리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유치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에 맞춰 반도체 시설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대만 정부의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 모두 650억 달러(약 88조4천억 원) 상당의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16억 달러(약 15조8천억 원) 상당의 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한다.

애리조나 공장에는 4나노와 3나노, 2나노 등 첨단 미세공정 기술 도입이 예정되어 있지만 이는 대만 파운드리 공장에 적용되는 것보다 수 년 늦게 이뤄진다.

TSMC의 가장 앞선 기술을 적용하는 반도체는 모두 대만에서만 생산되어야 한다는 대만 정부와 정치권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미국 정부는 인공지능(AI)과 군사무기 등에 필요한 최첨단 반도체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자급체제 구축을 노려 TSMC에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으로 안보를 지키는 ‘실리콘 방패’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TSMC가 해외 국가에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공정 기술을 도입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만약 대만 이외 지역에서도 최신 기술 기반의 반도체가 생산된다면 미국이 대만을 중국의 침공 등 위협에서 지켜야 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천정치 차관과 블룸버그의 인터뷰는 대만 정부 관계자가 라이칭더 총통 취임 뒤에도 실리콘 방패를 수호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천 차관은 TSMC의 해외 투자가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대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현지 고객사와 접점을 강화하고 기술 협력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이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천 차관은 바라봤다.

천 차관은 “중국과 협력 및 무역 관계에 안정성을 지키는 일은 대만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시장을 다변화해 불확실성을 키워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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