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에서 날아온 ‘300억 달러(약 40조원) 선물 보따리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대표기업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처음 방문한 서울에서 국내 총수들과 줄줄이 회동을 가진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 기업들에 ‘300억 달러’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건설·방산·통신 등 비교적 전통적인 기간 산업뿐 아니라 문화예술·패션사업을 하는 기업인들까지 줄줄이 만나며 재계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국내 재계 총수들의 차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호텔 주변으로는 100여 명의 취재진과 재계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가장 먼저 오후 12시 40분경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도착했다. 이어 김동관 한화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도착했다. 오후 1시경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회의장으로 입장했고 뒤이어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가 마지막으로 들어섰다.

1시간여의 차담은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양국 발전을 위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화를 마치고 나오며 “좋은 말씀 많이 나눴다”고 말했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UAE 측 기업인은 “양국의 발전을 위해 여러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양국 발전을 위한 좋은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한국을 매우 좋아하셔서 앞으로 많은 협력을 하자는 말을 나눴다”며 “굉장히 좋은 분위기에서 애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많은 인원이 모인 데 비해 회담이 짧았던 만큼 구체적인 사업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기업들에 대한 알 나흐얀 대통령의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평가다.

특히 UAE는 중동 허브 경쟁 속에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통해 교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과 타결된 CEPA를 통해서는 에너지자원, 첨단산업, 시청각서비스, 관광, 수송, 해상운송, 디지털경제 및 무역, 공급망 등에 대한 포괄적인 협력을 예고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중 CEPA 정식 서명이 예정된 만큼, 각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삼성은 현재 삼성물산이 UAE 바리카 원전 건설에 참여하는 등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알 나흐얀 대통령과 2019년부터 친분관계를 쌓아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함께 찾아 5G이동통신이나 인공지능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UAE 국부펀드와 자발적 탄소시장 아시아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한 바 있다. 그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5G 통신망 등에 대한 협력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송·모빌리티 분야와 친환경 에너지 부문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UAE 국부펀드와 수소와 그린알루미늄, 미래항공모빌리티 부문 등에 대한 협력을 약속한 바 있기도 하다.

한화그룹과 HD현대는 조선업과 방산 등으로 협력을 모색할 전망이다. GS는 UAE 국영석유회사와 원유개발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블루암모니아 개발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알 나흐얀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 뿐만 아니라 패션, 문화예술 관련 산업계 대표 기업인들과도 이야기를 나눠 이목을 끌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비롯해 방시혁 하이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 등과의 면담도 따로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케이팝(K-pop)이나 패션 부문 등 문화 전반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