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직접 주재한 경제 좌담회에 73세 노구를 이끌고 참석한 시장경제 원로 경제학자 저우치런(周其仁)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시 주석이 직접 전문가·기업인과 만나 좌담회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인 데다가, 이번 좌담회는 중국 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열린 만큼 더 주목됐다.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산둥성을 시찰한 시 주석은 지난(濟南)에서 기업인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국유·민간·외자기업 대표와 경제전문가 등 모두 9명이 참석했는데, 이중 중국 시장주의 경제학자로 잘 알려진 저우치런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가 가장 주목 받았다.
저우 교수는 중국 인민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80년대 중국 ‘농촌개혁의 아버지’로 불리는 두룬성을 스승으로 모시며 중앙농촌 개혁 사업에 몸담았던 ‘경제 브레인’이다. 1989~1991년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시카고대 등에서 수학하며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오랫동안 명문 베이징대 경제학과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상하이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을 정도로 한때 중국 지도부의 신임을 받았다.
특히 시장경제 개혁을 강조해 온 저우치런은 시종일관 정부의 시장 개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가 발표한 ‘덩샤오핑은 무엇을 잘했나’라는 논문은 이러한 그의 관점을 잘 보여준다. 이 논문에서 저우는 ‘중국 개혁개방 설계사’ 덩샤오핑의 최고 치적으로 재산권을 명확히 정의하고, 기업인을 중국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원을 배분한 것을 꼽았다.
하지만 시진핑 지도부 출범 후 경제학계에서 ‘국진민퇴(國進民退, 국유기업이 약진하고, 민영기업이 후퇴한다)’ 등 시장보다 정부 역할을 중시하는 보수파가 득세하면서 차츰 공식석상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시진핑 주석 주재 좌담회에 그가 초청된 게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선 시장경제 개혁 성향인 저우 교수가 다시금 지도부의 눈에 들면서 오는 3중전회에서 시장경제 개혁이 추진될 수 있다는 추측도 쏟아졌다.
하지만 이와 관련 홍콩 성도일보는 억측이라고 보도하며, 소식통을 인용해 저우치런은 온건한 시장파 인사로 이날 좌담회에서도 “인민군중의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자”는 주제로 단 10분 발언했을 뿐, 시장경제 개혁 등과 관련한 발언 기회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좌담회에서 시 주석의 발언은 공개했으나, 전문가들이 무슨 의견을 개진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를 위해 전면 심화 개혁을 추진하자”며 “중국식 현대화 추진을 가로막는 사상 관념과 체제 폐단을 없애야 하며, 구조적 모순을 없애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공산당의 전면적인 지도력, 마르크스 주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 인민민주 전정(專政, 전제정치)이라는 기본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공산당 영도, 사회주의 노선 등은 고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중화권 매체들은 이번 좌담회가 시 주석이 전문가 기업가 의견을 청취하는 식으로 이뤄지긴 했지만, 공개된 시 주석의 발언을 통해 사실상 7월 열리는 3중전회 개혁 방향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사실 시 주석이 기업인·전문가 대표와 좌담회를 가진 건 이례적이다. 시 주석의 좌담회 주재는 2020년 7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으로, 당시는 중국 5개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인 14차5개년 계획(2021~2025년) 제정을 앞두고 이뤄졌었다.
셰둥밍 싱가포르 오버시즈차이니즈 은행(OCBC) 경제학자는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7월 예고된 3중전회 전에 중요한 신호가 발표된 것으로, 이는 중국 경제가 중요한 전환점에 와 있으며 거시경제 정책이 크게 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중국 공산당 3중전회는 앞으로 5년이나 10년 동안 경제 청사진과 큰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5년 동안 7번 열리는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로 꼽힌다. 특히 최근 부동산 침체, 내수 부진, 지정학적 갈등 등 리스크로 중국 경제 둔화세가 짙어진 가운데 중국 정부가 어떤 경제 개혁 조치를 내놓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셰 경제학자는 “지난 수년간 중국이 거시경제 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며 홍수처럼 돈을 푸는 대규모 부양책을 자제해 왔다”며 “이번 좌담회에는 차입과 금리 인하를 옹호하는 학자들이 초대됐는데, 이는 3중전회 개최 후 거시경제 정책 방향이 더 적극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또 셰 경제학자는 “시 주석이 좌담회에서 고용·소득 증대·의료·주택·교육·보육 및 노인 돌봄·생명과 재산 안전 분야 개혁의 출발점과 돌파점을 집중적으로 파악해 더 많은 민생 개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했는데, 중국 지도부가 3중전회 이후 토지·후커우(호적) 등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농민이 토지 소유권으로 도시에서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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