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보험사 AG인슈어런스는 주택 보수 플랫폼인 ‘홈라스(HomeRAS)’를 운영하고 있다. AG인슈어런스는 자사의 화재보험 상품 가입자에게 주택 보수 서비스와 함께 24시간 긴급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AG인슈어런스는 ‘소심플리(SoSimply)’라는 온라인 플랫폼도 출시해 미가입 고객에게 유상으로 주택 보수를 해준다. 소심플리에는 현재 400여 명의 주택 보수 전문가가 참여해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보험사 코부르크는 자회사를 설립해 온라인 자동차 거래 및 렌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1600개 이상의 수리센터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 구매와 렌트, 대출, 정기 검사, 보험 가입 등 자동차 관리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선 보험사가 와인 수출하고 車플랫폼 운영…韓은 언감생심

국내 보험 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하지만 보험 업계는 갖가지 규제에 막혀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보험사들은 주택 보수 사업을 하기도 하고 자회사 등을 통해 농장을 운영해 와인을 수출하기도 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추세다. 보험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글로벌 보험 업계의 트렌드에 대해 “국내에서는 보험업과 관련된 사업이 아니면 시도조차 해볼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디지털 혁명으로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갈라파고스 규제’에 막혀 보험 산업의 신성장 동력 발굴은 언감생심인 셈이다. 국내 보험 산업이 미래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규제 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은 보험사 자회사 소유 및 업무 범위 규제를 완화해야 국내 보험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에서 보험사가 자회사를 세우려면 ‘보험업의 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해당 법 119조)’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사업 분야도 △보험회사의 사옥 관리 업무 △보험 대리 업무 △손해사정 업무 등 20여 개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보험업의 자회사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다. 영국과 독일·프랑스 등에서는 자회사에 대한 소유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보험사 자체에 대한 겸업 규제는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보험사가 보험업 이외의 사업은 영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보험업과 관련이 없는 자회사를 둔다 하더라도 규제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같이 열거주의(가능한 업무만 나열해놓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자회사의 업무 범위가 우리보다 훨씬 넓다. 이 때문에 일본 최대 보험그룹인 솜포홀딩스는 카셰어링, 차량 리스, 주택 리폼, 장기요양 사업, 건강 진단 대행 서비스 등의 자회사를 설립해 보험 고객에게 토털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멀리 해외 보험사를 찾지 않고 은행과 비교해도 보험업의 자회사 규제는 빡빡해 반려동물 케어나 자동차 맞춤 관리 등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가 있지만 실제로 진행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내 보험사들이 수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시니어케어 사업도 규제에 막혀 성장이 더디다. 현재 국내의 노인 요양시설은 6269곳으로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요양시설(1만 5247곳)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실버타운은 308곳으로 일본(1만 6724곳)의 1.84%에 불과할 정도로 부족하다. KB손해보험과 신한라이프 등 민간 보험사들은 요양 서비스 자회사를 세워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진척은 기대보다 빠르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는 30인 이상의 요양시설을 세우려면 사업자가 직접 토지·건물을 소유하거나 공공 임차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물을 빌려서는 요양시설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직접 부지나 건물을 소유하려면 부지 선정과 매입 등에 오랜 시간과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2022년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한 공공 토지와 건물에 대한 임차가 허용됐지만 대부분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는 폐교 등이어서 요양시설을 설립하더라도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양시설 소유 규제는 결국 시설 운영자의 ‘먹튀’를 막겠다는 취지인데 보험사와 같은 기업은 임차를 하더라도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며 “규제 완화가 보다 신속하게 진행돼야 고령화에 따른 요양시설 수요 급증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버타운도 턱없이 부족한 만큼 택지 개발 시 부지 배정을 확대하고 용적률 상향,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시장 진출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필수 사항이지만 이 역시 발목을 잡는 규제 탓에 쉽지 않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의 채권 발행과 자금 차입을 재무 건전성 기준 충족 또는 유동성 유지 목적으로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는 해외 진출 목적으로도 허용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과 금융지주·증권사·여신전문회사 등 국내 다른 금융권에는 적용되지 않는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이 국내 보험사들에는 성장의 기회가 큰 곳인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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