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등 7개 국가 식량난 해결

라이스벨트 사업도 순항 중

현지인들 “코피아센터 무조건 신뢰”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쌀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숙원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코피아 협력사업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가나에서 수확한 한국 품종이 아프리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2023년 출발한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1과 시즌2가 국내 농업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3는 해외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농업기술’이 핵심이다. 시즌3 부제는 ‘케이팜(K-Farm)’이다.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과 같이 세계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이들의 눈부신 ‘농업외교’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일부에서는 아프리카를 척박한 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실제 아프리카 땅은 비옥하기 그지 없다. 농산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이다. 그럼에도 아프리카의 식량난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은 자신들의 땅을 효율적으로 개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의 농업기술이 들어오기 전까지 말이다. 우리나라 농업기술이 보급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비로소 지긋지긋한 식량난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 희망의 한 발자국을 내 딛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에는 케냐, 알제리, 에티오피아, 우간다, 세네갈, 짐바브웨, 가나 등 7개국에 코피아(KOPIA)센터가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K-라이스벨트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코피아센터 유치를 하기 위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코피아 사업에 열광을 하는 이유는 가장 근본적인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피아센터가 위치한 7개 국가들의 농가 소득과 식량 자급률은 유의미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각종 농업 기술 전수로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들도 상당수다.

지난 3월 가나 다웬야에서 열린 벼 종자 생산 기념식에 참석한 농민들이 코피아가나센터가 발표 중인 성과를 경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다양한 농업기술 전수로 농가는 ‘함박웃음’

아프리카 국가 중 가장 먼저 코피아센터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케냐는 여전히 한국 농업기술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코피아케냐센터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케냐 메루주의 감자와 양계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 시범마을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첫해에 양계 4개 마을, 감자 2개 마을의 농업인 600명을 대상으로 양계 사양관리(백신 접종, 사료 조제 등) 기술과 감자 재배관리(무병 씨감자 보급, 선충 등 병해충 방제) 기술을 보급했다. 2년 차에는 주 정부 요청으로 참여 농업인을 1200명으로 확대했다. 이렇게 3년간 시범마을 사업 후 양계 마을은 13배 이상, 감자 마을은 4.3배 이상 소득이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케냐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코피아케냐센터와 지속적인 협력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아메리카동애등애(BSF) 유충과 벼 부산물 포함 양계 사료 이용 농가소득 향상 사업이 대표적인 협력과제다. 또 라이스피아 일환으로 오는 2028년까지 케냐 벼 생산체계 향상 사업도 이끈다.

김기종 코피아케냐센터 소장은 “2020년 초 메루주 시범마을 현지 농업인들을 만나 시범마을 사업에 대한 계획을 설명할 때만해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그저 그러려니 했다”며 “계획대로 공동교육실습장과 부화장 시설, 씨감자 저장시설 등을 설치 해주고 한국의 병아리 부화기를 구입해 활용하도록 하면서 코피아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비료와 농약등 사용기술을 전수한 후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각 농가의 소득이 올라가는 것을 체험 한 이후로는 모든 참가자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시범마을 사업의 성공적인 결과를 눈여겨 본 이웃한 타카니주, 엠부주 등 주 정부에서 벤치마킹해 사업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먼저 코피아 사업을 시작한 코피아케냐센터는 우리나라 농업기술에 신뢰도가 높다. 코피아케냐센터 관계자들이 킹게타 마을에서 배합사료 자가조제를 연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시설채소와 보리 품종을 재배해 성공을 거둔 코피아알제리센터의 성과도 눈부시다. 순수 한국 농업기술이 적용된 알제리 시설채소는 그동안 관행 대비 채소 수량이 4.4% 늘고 단가가 상승해 총매출액 13.9%, 순소득 78.5%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또 보리는 노동력을 절감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재배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했다. 우량품종 4종을 선발하고 3개소에 종자 증식포(3ha), 생력재배 시범단지(150ha)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이 20% 증가하고 농업소득은 15%, 농업 생산액은 20% 오르는 결과를 얻었다.


우간다의 오렌지 농업 현대화 사업은 코피아센터의 최고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소득 300% 향상이라는 이 전무후무한 성과로 코피아우간다센터는 ‘농업 선구자’로 우뚝 섰다.

박태선 코피아우간다센터 소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원인불명 병과 기후변화로 생산성이 급감한 오렌지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전문가를 초빙해 기술을 보급한 것이 시작”이라며 “빗물유도로와 1나무 1저수 시설로 가뭄을 해결하고 접목, 전정 및 적과 기술을 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코피아짐바브웨센터는 가문 내성이 강한 옥수수 품종을 확대해 식량 자급자족에 기여하고 있다. 협력기관인 SIRDC에서 육성한 가뭄 내성 옥수수 품종 ‘SIRDAMAIZE 113’을 100ha 면적의 상습 가문 지역 13농가에서 실증했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올해부터 2026년까지 짐바브웨 주황색고구마 확대보급 기술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라이스벨트를 잇는 세네갈・가나의 ‘코피아 사랑’

가나와 세네갈은 K-라이스벨트의 중심이다. 이미 가시적인 결과도 나온 상황이어서 정부 관계자들도 상당히 적극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코피아가나센터는 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다수성 품종 재배를 확대했다. 현재 3t/ha 수준인 생산량을 4t 이상으로 끌어올리고자 한국의 다수확 통일계 품종을 기반으로 육성된 가나 신품종 ‘AGYAPA’와 ‘KOREA-MO’ 및 가나 개량 품종의 원종 9.4t을 생산했다.

김충회 코피아가나센터 소장은 “오는 2027년까지 누적 960ha에서 총 4980t의 보급종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가나 벼 재배면적의 3분의 1인 약 10만ha에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5일 가나 다웬야에서 열린 벼 종자 생산 기념식에는 가나 농식품부(MOFA) 차관이 직접 현장을 찾아 시설을 둘러봤다. 농식품부 차관이 벼 생산 현장에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가나에서 수확한 도정전 쌀의 모습. 가나는 정부 차원에서 코피아가나센터와 다양한 농업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를 원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야우 프림퐁 아도 차관은 “이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할 때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가나 전국에 보급할 수 있는 300여t의 우량 종자를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며 “다웬야 지역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지역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MOFA를 대표해 코피아와 한국에 감사드린다. 향후 지원 제공 및 파트너십 강화를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코파아세네갈센터 역시 그동안 보급한 고품질 벼 품종의 성공적인 수확으로 고무적인 모습이다. 참여 농가의 38% 이상이 지역 평균 생산량보다 1.5배 높은 3t/ha를 수확한 것이 국가적 이슈가 될 정도였다. 세네갈 협력기관인 ISRA는 코피아세네갈센터와 오는 2028년까지 라이스피아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코피아세네갈센터의 독특한 특징은 인접한 국가들의 쌀 품종 보급 요청이 쇄도한다는 것이다. 세네갈에 인접한 국가인 감비아는 이미 한국의 벼 품종에 신뢰감이 가득하다.

조창연 코피아세네갈센터 소장은 “세네갈을 비롯한 감비아, 기니, 기니비사우 등 서부아프리카 사람들의 주식은 쌀이다. 이들 지역에서 소비하는 쌀의 양이 1인당 연간 100kg 이상”이라며 “그러나 쌀 자급률을 보면 세네갈은 50%, 감비아는 20% 수준이다. 코피아세네갈센터는 주곡자급률 달성 촉진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소장은 이어 “197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서 많이 키웠던 통일벼가 서아프리카에 적응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이 쌀의 소문은 코트디부아르까지 났다. 그곳 총리님이 쌀을 꼭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우리(세네갈센터)가 보내드렸다. 또 기니 대통령은 칙령으로 내각부 장관들에게 이 쌀을 자기 소유농장에서 키우고 수확물은 학교급식으로 사용하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6월 13일 [新농사직썰-케이팜⑤]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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