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이 실질금리 떨어뜨려…중립금리 재상승 판단 일러”
이창용(오른쪽) 한국은행 총재와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가 30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BOK 콘퍼런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 차별화가 가시화한 가운데 중립금리 상승 여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조정의 판단 근거가 되는 중립금리와 관련 “물가뿐 아니라 금융안정을 고려해 추정하려고 한다”며 신중함을 내비쳤다. ★본지 5월 21일자 10면 참조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이 총재는 “중립금리를 추정하는 데에 4∼5가지 모형을 가지고 있다며 중립금리를 한 수준(level)으로 추정하기보다는 범위(range)로 추정한다”고 “중립금리 추정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근원 인플레이션 움직임을 보거나, 금융상황지수(FCI) 등 지표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없이 잠재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상태를 말한다.

이 총재는 이어 “중립금리 추정 과정에서 환율과 경상수지, 자본이동 같은 국제적 요인을 도입하려고 하면 추정치의 변동성이 상당히 커진다”며 “외부 요인을 더 많이 통합할 수 있는 추정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지만,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총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최근 중립금리가 재상승하고 있는지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40여 년간 주요국의 실질금리가 지속 하락한 뒤 코로나19 이후 최근 2년간 ‘제로(0) 금리’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최근 실질금리 반등이 구조적으로 중립금리가 상승하는 것인지, 아니면 팬데믹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회귀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을 촉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립금리 추정의 어려움도 설명했다. 그는 “중립금리는 관측할 수 없고 다양한 모형을 통해 추정해야 하므로 상당한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다”며 “이를 과소 또는 과대 추정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하락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이에 물가 목표를 0~2% 범위로 넓게 규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이 경우 중립금리 또는 인플레이션 전망의 불확실성에 대해 대처하기 쉽다는 것이 요르단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한국은 물가상승률 2%를 점으로 추정하는 목표치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단기가 아닌 중기 목표이며 이에 따른 유연성과 편차가 있다”며 한국과 스위스 간 통화정책 운용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와 요르단 총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그에 따른 파장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CB는 유럽 내 물가가 안정됐다는 판단 아래 다음 달 피벗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강(强)달러’ 현상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높고 원·달러 환율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날 ‘인구구조와 실질금리’라는 주제로 열린 1세션에서는 “노동인구 증가율 하락과 기대수명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가 실질금리를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카를로스 카르발류 브라질 PUC-리오대학교 교수는 “실질금리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자국의 기대수명 증가였으며, 자본이동이 활발할수록 실질금리는 글로벌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밝혔다. 그밖에 총요소 생산성,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액, 정부부채 등도 모두 실질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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