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다소 잠잠해지는 듯 했던 국내 은행권 내 ‘건전성 리스크’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등 주요 가계대출 금리의 오름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이자 연체 부담은 다소 줄었지만, 기업대출 중심의 연체율 및 건전성 악화를 예견케 하는 지표가 속속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대출 심사 문턱을 높이고 상환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자칫 이같은 건전성 우려가 올해 실적 제고의 핵심 키워드인 ‘기업대출’의 영업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고민하는 모습이다. 최근 건전성 악화를 가늠케 하는 주요 지표 모두 사실상 기업대출의 영향권에 놓여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불어난 ‘깡통대출’에 건전성 우려도↑

31일 데일리임팩트가 지난 1분기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실적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들 은행 4곳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전년 동기(2조5420억원) 대비 약 16.8% 늘어난 2조97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무수익여신이란 금융기관이 집행한 대출 잔액 가운데 사실상 회수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잔액을 ‘무수익여신’으로 분류하는데 이밖에 이자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법정관리 및 채권재조정 관련 잔액도 무수익여신에 포함된다.

이에 업계 내부에서는 무수익여신을 일컬어 ‘깡통대출’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대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자수익이 ‘0원’이라는 점 때문이다.

주요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선 KB국민은행의 경우 4대 시중은행 중 무수익여신 잔액과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모두 가장 컸다. KB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무수익여신은 8668억원으로 전년 동기(6310억원) 보다 37% 가량 급등했다.

이어 하나은행이 4대 은행 중 두 번째로 많은 1분기 무수익여신(80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약 19.8%다. 이어 우리은행이 지난 2023년 1분기 4884억원에서 올해 1분기 6126억원으로 1년 해 25.4%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 1분기 ‘리딩뱅크’에 오른 신한은행은 4대 은행중 유일하게 무수익여신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7516억원→6866억 원)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무수익여신의 전반적인 증가의 원인으로는 그간 은행권이 영업력을 집중해 온 기업 대출 부문의 건전성 악화가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부문의 무수익여신은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20%대 수준의 증가세를 보인 반면, 기업 대출 무수익여신은 40~60%가량 확대됐다.

사실 이러한 무수익여신 문제는 시중은행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실제 중저신용자 중심의 대출을 확대해온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지난 1분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무수익여신은 약 3940억원으로 전년 동기(2480억원) 대비 50% 넘게 증가했다. 이밖에 지방은행, 저축은행 등 기타 은행들의 무수익여신은 이보다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위험수위 도달한 연체율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연체율’도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 여전한 대내외 불안정성과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의 지속으로 취약차주 중심의 추가적인 연체율 상승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0.43%로 전년 동월(0.33%) 대비 0.1%p 상승했다. 특히 기업 대출 중심의 연체율 악화가 눈에 띄는데, 3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연체율은 0.48%로 전년 동월(0.35%)보다 0.13%p 가량 높아졌다.

대출공급량도 여전히 위험수위다. 고정금리 유도, 대출 공급량 관리에 따른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다소 억제되는 듯했지만, 최근 다시 가계대출 중심으로 대출 잔액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1000억원 늘었다. 특히 주담대 부문에서 전월 대비 무려 4조5000억원 증가했는데 전월 증가분(5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급격히 불어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대출 공급 중심의 건전성 관리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이자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선행돼야 하는데 연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무수익여신,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국내 주요 은행장들을 만나 “물가의 목표 수렴 확신이 지연되면서 금리인하 시기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증대되고 있다”며 “가계대출을 계속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가운데 기업 신용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1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가운데 은행권 가계대출이 5조1000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사진 = 이미지투데이

건전성 관리 ‘고삐 죄는’ 은행권

일단 은행권에서도 건전성 관리를 위한 대출 공급에 고삐를 죌 전망이다. 기업대출 중심으로 필요한 유동성은 지속 공급하되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작업은 대출 심사 과정에서부터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시중은행은 일찌감치 건전성 관리를 위한 별도의 부서를 조직하고 연체율‧부실채권‧취약차주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의 경우 전체 은행권 대출 공급의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건전성 약화에 유독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기업대출 부문의 건전성 관리는 향후 시중은행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가계대출의 위축으로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해부터 사실상 기업대출의 전사적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채 시장의 흐름과 중견‧중소기업의 유동성 위축을 고려하면 이 같은 기업대출 확대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내 4대 은행에서 NH농협은행을 포함한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올해만 약 28조원의 기업대출을 신규 공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1월 2.8조원 수준이었던 기업대출 공급량이 지난 4월에는 10.8조원 수준까지 뛰는 등 증가세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부실 대출 관리를 위해 모니터링을 확대하는 한편, 부실화 우려가 있는 차주를 대상으로 개별 관리도 집중하고 있다”며 “대출 공급은 지속하되, 연체율은 안정적 수준으로의 유지 또는 낮출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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