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 시장 불확실성 확대 우려

단기투자 확산…밸류업 정책에도 악재

금투세 시행 7개월 앞두고 찬반 심화될 듯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여야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논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자본시장 성장의 측면에서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투세 부과에 따른 투자자 반발과 시장 불확실성 증대를 해소하기 위해서 금투세 폐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국회에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31일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시장전문가 간담회’ 등 최근 시장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금투세를 둘러싼 사안들이 단순 과세 대상자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나서며 향후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복현 원장은 당시 간담회 후 진행된 백브리핑을 통해 “통상적인 주식 거래 목적이 아닌 과세 회피 목적으로 단기 매도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개인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해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 법안이 통과돼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시장 상황을 고려해 2년 유예됐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금융투자로 연간 수익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소득의 20%, 지방세 포함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3억원 초과 분에 대해선 세율이 25%나 적용된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27.5%다.

금투세 폐지 논의는 제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불붙고 있다.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담은 ‘민생 공감 531 법안’을 1호 법안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인 반면 야당은 ‘부자감세’라는 비판과 함께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예고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금투세가 세제 관련 사안이긴 하나 개인투자자와 자본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시장·유관기관과 논의를 이어가는 한편 국회 등 정치권과도 필요 시 대화를 나누겠단 방침이다.

당국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투자가 아닌 단기투자 선호를 불러 올 수 있고 투심 악화에 따른 자금 유출도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자본시장의 중장기적 우상향 성장을 목표로 하는 밸류업 정책에도 배치된다고 보고 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부자 감세’라며 폐지를 반대하는 야당의 주장도 적극 반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이익이 일정 났는데 손실을 인식해야 세금을 안 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장기 보유할 수 있는 것들을 단기간 안에 처분하게 될 요소가 크다”고 말했다.


금투세 시행 유예기간이 7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22대 국회 개원으로 논의에 본격적인 불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금투세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지만 국회 의석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반대도 역시 견고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금투세 도입에 대한 개인투자자 반발도 거세지고 있는 점도 변수다. 최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하는 등 투자자들이 앞장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세 대상자가 전체 투자자의 1%라고 해도 이들이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증시에서 상당히 크다”며 “시장에 미칠 영향과 파급력을 보다 면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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