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에만 2조 더 늘어

고금리 속 자금난 ‘궁여지책’

수면 밑 부실 가시화 긴장감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자료사진). ⓒ뉴시스

국내 4대 은행이 건설사에 내준 대출이 한 해 동안에만 2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고금리 터널 속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난 해결을 위해 은행을 노크하는 건설사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 정부가 금융 리스크의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이에 따라 수면 아래 부실이 한꺼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권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보유한 건설업체 대상 대출채권은 총 20조50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1조9605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건설사 대출채권이 6조397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7% 증가하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규모가 가장 컸다. 국민은행 역시 5조9530억원으로, 우리은행은 4조4482억원으로 각각 9.4%와 16.2%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신한은행의 건설사 대출채권도 3조7045억원으로 15.0% 증가했다.

4대 은행 건설사 대출채권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건설업계의 은행 빚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고금리 충격이 자리하고 있다. 높아진 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찬 물을 끼얹고, 이로 인해 예전만큼 돈이 돌지 않자, 대출을 내서라도 자금을 마련하려는 건설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 중이다.

특히 부동산 PF 대출을 둘러싸고 주름살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속출하자 부동산 PF 대출을 타고 위험이 전이되는 양상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 작업에 착수하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장 중 5~10%는 실제 부실 우려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련 사업장 전체 규모가 230조원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위험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이 새롭게 마련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본격 적용하면 부실 우려 등급 사업장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개선안의 최초 평가 대상 사업장 규모는 전국의 약 30%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사업성 평가 기준을 양호·보통·악화우려 등 현재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등 4단계로 세분화했다. 기존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했는데, 앞으로 부실우려 사업장은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시중은행들의 경우 이같은 부실 여파에서 일단 빗겨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1금융권인 은행권의 부동산 PF는 대부분 외부 기관의 보증을 끼고 선순위 대출이 이뤄진 만큼, 부실 위험이 당장 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태영건설 사태 등에 비춰보면 언제 어디서 대규모 부실이 터져 나올지 예견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건별로만 보면 은행권의 부동산 PF는 위험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라면서도 “사업장 별로 수많은 금융사가 얽혀 있는 사업 구조 상 리스크가 연쇄적으로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부실 발생 시 시중은행들의 부담도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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