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용 은행장, 이석준 회장 중도 하차 기류
관리 실패에 따른 책임론 급부상
금감원,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살펴볼 것
총 사고액만 173억, 배임 봇물 터지는 농협은행
이석용 농협은행장.(사진제공/농협은행)
이석용 농협은행장.(사진제공/농협은행)

[잡포스트] 이호규 기자 =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청렴경영’ 슬로건이 무너지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연말 내에 중도하차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농협은행의 내부통제에 구멍이 드러나면서 이석용 행장이 올해까지 버틸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 행장은 취임 후 내부비리 근절을 외치며 ‘청렴 농협’을 내세웠다.

그러나 농협은행에서 각종 비리 행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내부통제 등 관리실패에 따른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를 실시하며 칼끝을 겨누고 있다. 농협은행에서 지난 3월 100억원대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이 드러나자 이를 계기로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에서 지속되고 있는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헤치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이자 장사를 잘한 곳도 농협은행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정책서민금융을 빼고 예대금리차가 가장 컸던 은행이 농협은행이었다. NH농협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이자 이익은 5조7008억원이다.

이는 5대 은행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은 1조6052억원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적다. 지난 11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도 5대 은행 중 NH농협은행이 가장 적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NH농협은행만 이자로 남기는 이익이 많다는 뜻을 의미한다.

이자 장사는 성과급 잔치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국감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NH농협은행의 성과급 등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과급 총액이 6883억원이었다. 이 중 기관장이 지급한 특별성과급은 2018년 1639억원에서 지난해 2963억원으로, 5년간 80.8%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횡령 등 금융사고는 농협은행과 이제는 친숙한 단어가 됐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금융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이사(CEO)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지 보름 만에 농협은행 배임 사고가 공개됐다.

서울의 한 지역농협에서는 직원이 시재금 횡령과 더불어 사금융을 알선했고, 전북의 지역농협에서는 ​실제로 입금하지 않았지만 거래가 발생한 것처럼 ​‘무자원 입금’ 후 시재금을 무단 반출하는 사건도 있었다.

올해 농협은행에서 적발된 금융 사고도 모두 영업점 직원의 초과 대출로 인한 배임이었다. 농협은행은 3월 109억 원대, 5월 22일에는 53억 원, 11억 원대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금융당국은 농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한 데 지배구조가 크게 문제가 있다고 봤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중앙회가 금융지주의 경영과 인사권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농협중앙회가 산하 담당 직원을 농협은행으로 발령해도 정관상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최근 불거진 농협은행 등 횡령 사고를 보면 금융 지식 없는 중앙회 출신이 지점장이나 중간 간부로 있는 경우가 다수였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강호동 회장이 취임한 지 3개월여가 지났으니 계열사 CEO들도 물갈이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의 경영 전반과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 진단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대주주 농협중앙회와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 제대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6주간의 일정으로 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 상태다. 금감원 정기검사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뿐만 아니라 농협의 지배구조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사진제공/농협중앙회)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사진제공/농협중앙회)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임기를 시작한 만큼 농협 금융계열사 인사에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석용 행장의 경우 이번 사고로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관리부실 책임을 안고 조기퇴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예측이다.

이번 사태를 들여다 본 농협은행 고객 공모(49)씨는 “농협은행을 오랜 기간 고객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자꾸 횡령, 배임 등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발생하며 큰 실망을 하고 있다. 주거래 은행을 바꿀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김모씨(51)는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농협은행 직원이 사문서를 위조하고 부풀리기를 통해 부당 대출을 취급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은행에 대한 신뢰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용 은행장의 임기는 연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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