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앞두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공방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세설계와 선도 사업자 선정 방식에 있어 수의계약이냐 경쟁입찰이냐를 두고 양사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한화오션의 최첨단 수상함 함정모형들. [사진=한화오션]

KDDX 사업은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2030년까지 총 6대를 도입하는 KDDX는 개발비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척당 건조비는 1조원 대로 총 7조8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두 회사는 한 번씩 KDDX 관련 사업을 따냈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자사가 수행했다는 이유로 기본설계 수행 업체의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수의계약을 강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다음 단계 사업까지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경쟁입찰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닌 방위사업법에 따라 효율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기본설계를 수행한 유일 업체인 우리와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의 입장은 다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측에서 주장하는 법규를 보면 ‘특별한 사유가 없을 시’ 그다음 단계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지 않냐”며 “한화의 개념설계를 무단 유출해 직원들이 판결받고, 범죄행위가 밝혀진 상황은 명백하게 특이 사항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이 아닌, 경쟁하자는 것인데 왜 수의계약만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며 “정정당당히 붙어보자는 것”이라고 경쟁입찰 방식을 촉구했다.

지난 3월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탐지 수집·누설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HD현대중공업 직원 사건과 관련해 윗선 개입 의혹을 밝혀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지난 2012~2015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여러 차례 방위사업청, 해군본부를 찾아 KDDX 개념설계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해당 사건에 연루된 직원 1명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2022년 11월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던 8명을 포함해 9명이 불법 군사기밀 탈취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한화오션 만든 KDDX 개념설계도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KDDX 기본설계 입찰 당시 법원과 방위사업청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한화오션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KDDX). [사진=HD현대중공업]

양측 간의 경쟁이 지속되면서 해외 수주 계약 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현대중공업이 기본 설계를 담당하고, 수의계약 형태로 상세 설계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HD현대중공업의 기술 유출이 특별한 사유로 인정될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사유가 어떻게 판단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각자의 입장이 있고 최종 판단은 정부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요한 점은 소송전으로 인해 서로 갈등을 빚는 것이 국가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K-방산 수출, 특히 함정 수출량은 과거보다 많이 저조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결정에 불만이 있더라도 한쪽이 승복해야 한다. 해외에서 이러한 갈등을 좋게 보지 않으며, 수출을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한화오션 측은 “방위 산업에 비리가 있고 없고는 중요한 문제”라며 “비리가 있다고 법원 판결이 나온 상황에 정부가 그냥 넘어간다면 해외에서 과연 좋아할까”라고 반문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현재 방산 수출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사업자 선정 방식에 대해서 정해진 바는 없다. 방위사업청은 방추위 심의에서 수의계약 또는 경쟁입찰을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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