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거권네트워크가 종부세 폐지 및 완화를 주장하는 거대양당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참여연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거권네트워크가 종부세 폐지 및 완화를 주장하는 거대양당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참여연대]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개편 논의가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정부도 세재 개편을 검토하고 있으나 관련법을 개정하려면 여소야대 상황인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난해 종부세로 거둔 세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4일 정치권에 의하면 종부세 개편 논의는 국회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며 일단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종부세에 대한 접근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당에서는 공식적으로 종부세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난달부터 종부세 개편 내지는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진 의장이 이에 대해 선을 그으며 종부세 개편을 포함한 세법 개정이 국회에서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종부세는 지난 2005년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됐다. 종합부동산세법에 따르면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종부세를 부과해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안정을 도모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현행 종부세제는 납세의무자가 소유한 주택 수에 따라 차등화된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주택분 종부세의 기본공제금액은 지난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됐으며 1세대 1주택자 기본공제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증가한 바 있다.

종부세는 도입 초기부터 이중과세, 징벌적 과세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종부세법 7조 1항과 8조 1항 등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0일 이들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헌재는 “종부세는 일정 가액 이상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 부과돼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소유 주택 수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소재 여부를 기준으로 세율 등을 차등해 부과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봤다.

그러나 종부세 개편 논의는 헌재의 합헌 결정과는 별개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종부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으며 국정기조도 보유세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종부세와 관련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을 낮추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세재개편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3주택자부터 최고 5.0%에 달하는 중과세율을 일반세율(0.5%~2.7%)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2022년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 전면 폐지를 추진했으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과표 12억원 이하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만 폐지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조세정상화시민연대 회원들이 종합부동산세 축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조세정상화시민연대 회원들이 종합부동산세 축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년새 종부세 결정세액 2조5000억원 감소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종부세 대상과 세액이 크게 감소한 점은 고민거리다. 또, 종부세 수입은 전액 부동산교부금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지급되기에 자칫 지방재정 악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국세청은 지난 2일 지난해 귀속 종부세 납세인원은 49만5000명이며 결정세액은 4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납세인원은 78만8000명이 줄었으며 결정세액은 2조5000억원이 감소한 수치다. 

주택분 종부세 납세인원은 2022년 119만5000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5.8%가 감소해 40만8000명에 그쳤다. 지난해 결정세액은 2022년 3조3000억원보다 71.2% 감소한 9000억원 불과했다. 이처럼 종부세 납세인원과 결정세액이 큰 폭으로 감소한 이유로는 공시가격 하락, 주택분 기본공제금액 상향, 주택분 세율 인하 등이 꼽히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29일 “윤석열정부는 이미 종부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인하하고 기본공제 금액을 인상하는 등 종부세 감세를 단행했다”라며 “지난해 수십조원의 세수결손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안정적인 세수 확보 측면에서도 정치권의 종부세 흔들기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거권네트워크도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부세 폐지 내지는 완화를 주장하는 정치권을 규탄했다. 종부세 완화는 집부자를 위한 부자감세일 뿐, 완화하거나 폐지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종부세는 보유세의 단계적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응답하기 위해 한국적 상황에서 고안해낸 제도”라며 “징벌적 세금이나 이중과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종부세의 다음 단계로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률과 과표 현실화를 통해 재산세도 강화하는 것이 본래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편, 종부세가 개편되더라도 당장 부동산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현재는 종부세의 폐지보다는 수정보완될 가능성이 높은데 단순 적용기준금액을 바꾸는 정도로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종부세 개편으로)고가구간의 주택거래가 늘어날 수는 있겠으나 폭증은 아닐 것”이라며 “똘똘한 1채 선호같은 양상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종부세 조정이 유의미한 시장효과를 내려면 양도세, 취득세 완화 등 다주택자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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