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銀 예대율 올해 모두 하강 곡선

수신에만 자금 몰리며 불균형 확대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 옮겨갈 수도

당국發 총량 규제 더해지며 ‘속앓이’

4대 은행 본점 전경. ⓒ데일리안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의 보유 예금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이하 예대율)이 올해 들어 일제히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 고금리에 올라타며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대출에는 제동이 걸리면서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 정부가 총량 기준으로 대출을 옥죄려는 의지까지 드러내면서 은행권의 속앓이가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큰 틀에서 보면 이에 따른 부담이 고객들에게까지 옮겨가며 악영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예대율은 평균 96.8%로 지난해 말보다 1.3%포인트(p) 떨어졌다. 예대율은 보유한 예금과 비교해 대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은행들의 과도한 대출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한 지표다.

은행별로는 우선 신한은행의 예대율이 95.3%로 같은 기간 대비 0.9%p 낮아지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저를 기록했다. 국민은행 역시 97.0%로, 우리은행은 97.2%로 각각 1.8%p와 1.5%p씩 해당 수치가 떨어졌다. 하나은행의 예대율도 97.5%로 1.2%p 하락했다.

4대 은행 예대율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규제 측면에서만 놓고 보면 이렇게 떨어진 예대율은 은행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인이다.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져 예대율이 100%가 넘으면 은행은 추가 대출을 제한받게 되는데, 지금과 같은 수준이라면 이런 제한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관리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마냥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예대율이 너무 낮다는 건 은행 예금에는 돈이 밀려 들어오지만, 대출은 그 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여서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걱정해야 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란 뜻이다.

실제로 이들 은행이 받은 예금은 올해 들어서만 40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대출 증가폭을 두 배 이상 웃돌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말 원화 예수금 잔액은 1574조381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8조2944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원화 대출 잔액은 1222조4051억원으로 18조945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추세의 배경에는 고금리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더 많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예금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반대로 대출은 이자 부담이 확대되면서 수요에 제한이 생기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 중이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흐름이 고객들에게도 좋지 않은 소식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금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은행 입장에서는 지급해야 할 이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메꾸려면 예금 금리를 낮추거나 대출 금리를 높여야 한다. 어느 쪽으로도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부까지 가세하면서 실타래가 더욱 꼬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대출 총량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다. 대출 총량 규제는 금융사별로 1년 대출 총량을 미리 정해 이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업무보고를 겸한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그룹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사를 금융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있는 시장 여건에 금융당국의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올해 은행권 대출 성장세에는 한계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예금만 계속 누적되는 상황이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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