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해외에 진출한 대다수 카드사들의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포화상태인 국내를 넘어 새로운 수익원을 위해 해외로 손을 뻗었지만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나 카드사들의 오랜 텃밭으로 불리는 베트남 시장이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해외 시장 쉽지 않네… 신한·KB국민카드 ‘털썩’

올해 1분기 국내 카드사 6곳(신한·KB국민·롯데·하나·비씨·우리카드)의 해외법인 15곳은 총 38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카드 해외법인 4곳(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카자흐스탄)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억3100만원으로 집계되며 1년 전(90억5300만원)과 비교해 96.3% 줄었다. 베트남 법인이 휘청이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 내렸다.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는 지난해 1분기 55억86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1분기엔 52억69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9년 신한카드 자회사로 최종 편입된 SVFC는 출범해 183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이후 ▲2020년 227억원 ▲2021년 65억원 ▲2022년 173억원 등 꾸준히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 상황이 반전됐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 해외법인(태국·캄보디아·인도네시아) 순이익은 47억8300만원에서 14억2500만원으로 70.2% 줄었다. 인도네시아 법인 ‘PT KB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의 감소폭이 83.9%로 가장 눈에 띄었고 KB대한특수은행(캄보디아) 52.9%로 반토막, KB제이캐피탈(태국) 38.7% 줄었다.

우리카드 해외 금융법인(미얀마·인도네시아)의 순이익 총합은 78.9% 감소한 19억3800만원, 롯데카드 해외 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의 순손실 규모는 15억5300만원에서 35억8100만원으로 늘었다.

반면 하나·비씨카드 해외법인은 적자폭이 줄었다. 하나카드의 일본 자회사 ‘하나카드 페이먼츠’는 지난해 1분기 1587만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올해 1분기 순손실 규모는 309만원에 그쳤다. 비씨카드 해외법인(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3곳의 올해 1분기 순손실 총합은 1억4816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7억2800만원보다 79.7% 줄었다.

베트남 살아나는데 하반기는 다를까… “전략 다시 봐야”

카드사들의 해외 성적표가 예전만 못한 건 고금리 장기화, 더딘 경제 성장률 영향이 컸다. 특히 국내 카드사가 주력하고 있는 베트남은 그동안 높은 성장세가 점쳐지며 카드사들의 적극적인 진출이 이어졌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탓에 글로벌 경기가 둔화 속 침체 국면을 맞이했다.

실제 KOTRA에 따르면 2023년 베트남의 총교역액은 약 6830억달러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글로벌 공급망 분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베트남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했단 평이다.

하지만 향후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전망되면서 연내 카드사들의 해외 사업 환경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말 ‘2024년 5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세계경제는 양호한 고용상황과 제조업 개선조짐 등에 힘입어 연착륙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카드사들이 진출한 아시아 신흥국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는 양호한 내수, 아세안국은 외국인 관광객과 제조업 경기의 회복에 힘입어 각각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 중이다.

특히 베트남 통계총국(GSO)에 따르면 베트남의 2024년 1월 총교역액은 전년동기대비 17.1% 증가(약 642억달러)하며 1년 새 분위기가 달라졌다. 같은 시기 수출액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42% 증가(약 336억달러)하는 등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수출입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쟁사들과 구분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은 “해외진출 전 사업모델을 사전에 확정하는 게 중요하며 신규인허가 취득은 현지 경영에 익숙하기까지 상당기간 시행착오가 있는 만큼 해외진출시엔 현지 합작법인 형태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미 많은 카드사들이 자리 잡은 곳에 진출해 ‘제살 까먹기’ 경쟁을 펼치기 보다는 한국계 금융기관이 많이 진출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시장을 선점, 신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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