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가 자주 인용한 아프리카 격언이다. 조금 더디더라도 척박한 사막과 험악한 정글 환경을 지나기 위한 생존의 지혜였을 것이다. 그러나 민생위기, 저출생, 기후위기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제22대 국회에선 이런 지혜가 보이지 않는다.

22대 국회가 헌정사 최초의 ‘야당 단독 개원’이라는 불명예로 시작했다. 상임위원회 배분 등 원 구성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국민의힘은 불참을 선언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반쪽짜리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국회의장단을 선출했다. 민주당은 혼자만 가려 하고 국민의힘은 함께 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홀로 본회의장에 들어온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거대 야당은 힘자랑으로, 막무가내로 국회를 끌고 가고 있다”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준 45.1%의 민심을 존중하지 않고 짓밟고 조롱하고 있다”고 날 선 말을 쏟아냈다.

추 원내대표는 준비한 의사진행 발언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추 원내대표를 향해 ‘총선 결과에 굴복하냐’고 고성을 질렀다.

민주당도 협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에서 “총선 민의는 윤석열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라는 것이다. 7일 원 구성을 통해 민생 회복과 국정 전환 기조 등 국회가 기능함으로써 국회가 일을 해야 한다”며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겠다라고 국민의힘의 사령관인 추 원내대표가 여기 나와서 말을 한 게 과연 옳겠냐”고 꼬집었다.

이들의 불협화음은 여야 모두 ‘민의’를 오역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 명령은 정쟁의 반복이 아닌 여야가 협치하라는 것이다. 3중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인한 민생 위기를 해결하고 기후위기의 해결책을 모색하며 안전하고 노후가 보장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22대 국회가 개원부터 ‘반쪽 국회’라는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은 법안 처리율 최저를 기록한 21대 국회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대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까지 여당의 항의 퇴장 속 야당의 단독 표결이라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마저도 윤석열 대통령이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과 민주유공자예우법 등 4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무위로 돌아갔다.

당장 국회 원 구성 협상도 난항이 예고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법에서 정한 기한 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원칙대로 의결해야겠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라고 했다. 반면 추 원내대표는 “법사위는 제2당, 운영위는 여당, 과방위는 (21대 국회) 후반기에 하듯이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반박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첫 단추는 잘못 끼웠지만 바로잡을 시간은 충분하다. 여야는 일방으로 밀어붙이는 힘 대결을 멈추고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협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대한민국에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라도 여야는 ‘빨리 그리고 함께’ 갈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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