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카레의 대명사인 ‘오뚜기 카레’가 출시 55주년을 맞았다. 오뚜기 카레는 오뚜기의 창립 제품으로 회사의 역사와 결을 함께한다. 소비자에게 ‘오뚜기’라는 기업과 ‘카레’라는 요리를 각인시킨 기념비적 제품이다.

대표적인 인도 음식 ‘카레’가 국내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중심에는 오뚜기가 있다. 카레는 1940년대 국내에 처음 소개됐으나 특유의 강한 향 때문에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30년 후 감자, 당근, 양파, 고기 등을 넣고 끓여 밥에 얹는 한국식 카레가 탄생하며 널리 확산했다.

1969년 5월5일 오뚜기 회사 창립과 함께 오뚜기 카레가 생산됐다. 오뚜기는 간편하고 영양가 높은 가공식품을 제공한다는 사명감으로 ‘오뚜기 분말 즉석카레’를 선보였다.

오뚜기 관계자는 “최초 제품이 카레가 된 데에는 온 가족이 함께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스위트홈’ 의미가 반영됐다”며 “창립기념일이 어린이날인 만큼 미래 주역 어린이와 가정을 중시한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 카레는 분말 형태로 시작해 1981년 레토르트 형태의 ‘3분 카레’로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문을 열었다. 레토르트 제품은 ▲차단성 용기를 이용해 미생물 접촉을 차단하고 무균성을 유지하며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으면서 장기간 유통 및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원재료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술과 설비가 필수적이었고 오뚜기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3분 요리’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3분 요리’라는 브랜드로 출시된 3분 카레는 끓는 물에 데우기만 하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출시 첫해부터 400만 개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후 소비자 취향에 따라 순한맛, 매운맛, 약간 매운맛 등 제품군을 확대했다. ‘3분 짜장’ ‘3분 미트볼’ 등 즉석식품의 대명사가 됐다.

55년 시장 1위 달린 ‘오뚜기 카레’

오뚜기는 식품업계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오뚜기 카레는 국내 분말 카레 시장의 8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출시 이후 시장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액은 약 2조3000억에 이른다.

오뚜기 카레가 오랜 기간 사랑받은 이유에는 시대에 변화에 맞춘 다양한 제품 출시와 품질 향상을 위한 꾸준한 연구·개발이 꼽힌다.

웰빙 열풍이 한창이던 2003년에는 강황 함량을 57.4% 늘리고 로즈마리, 월계수잎 등을 넣은 ‘백세카레’를 선보였다. 2009년에는 조리 편의성을 강화하고자 물에 더 잘 녹는 과립형 카레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2012년에는 발효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반영해 ‘발효강황카레’를, 이어 2014년 렌틸콩을 주원료로 한 ‘3분 렌틸콩카레’를 선보였다. 2017년에는 쇠고기와 과일, 사골을 3일간 숙성한 소스에 향신료를 더한 ‘3일 숙성카레’를, 2020년에는 기존 카레 대비 나트륨은 낮추고 칼슘과 DHA를 첨가한 ‘어린이 카레’를 시장에 내놨다.

시장 반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비건(채식주의)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비건 재료만을 사용해 만든 비건 카레가 나왔다.

2022년 4월에는 비건 전문 브랜드 ‘헬로베지'(Hello Veggie) 론칭과 함께 ‘채소가득카레’를 출시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오즈키친’을 통해 세계 각국의 맛을 살린 카레를 선보였다.

이국적인 맛을 원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비프코르마 ▲치킨마크니 ▲치킨마살라 ▲크랩푸팟퐁 ▲포크빈달루 ▲포크키마 6종으로, 쇠고기, 닭가슴살, 닭다리살, 게살 등 풍성한 원물과 향신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오뚜기 ‘롱런’ 비결은

1969년 처음 출시됐을 당시 오뚜기 카레의 모습. /사진=오뚜기오뚜기는 사업 다각화가 잘된 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오뚜기의 매출은 3조4545억원인데 사업부별로 고루 매출을 냈다. ▲건조식품류 2772억원 ▲양념소스류 5859억원▲유지류 4272억원 ▲면제품류 9509억원 ▲농수산 가공품류 7016억원 ▲기타 5116억원 등이다.

기업지배구조 선진화 작업도 완료됐다. 2017년 오뚜기에스에프, 상미식품, 풍림피앤피의 물적분할과 2018년 상미식품지주, 풍림피엔피지주 흡수합병으로 시작했다. 2021년 오뚜기라면을 물적분할하고 2022년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합병했다. 상장회사인 조흥을 제외한 모든 관계회사를 100% 자회사로 재편하며 지배구조 선진화를 마친 것.

안정된 회사로 평가받는 오뚜기는 기업 이미지에서도 강점이 있어 오래 사랑받고 있다. ‘갓뚜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어 세대불문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재임 당시 기업인들과의 ‘호프 미팅’에 초청된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은 오뚜기가 유일했다.

오뚜기가 ‘갓뚜기’로 불리는 이유에는 ▲높은 정규직 비율 ▲정직한 상속세 납부 ▲오랜 기간 라면값 동결 ▲심장병 어린이 후원 사업 등 ‘조용한 후원’ ▲지방자치단체와의 상생협력 등이 있다. 정도 경영과 사회 공헌으로 국민적 호감도가 높은 오뚜기는 카레 외에도 케첩, 마요네즈, 수프 등 20여개가 넘는 품목에서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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