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빌라 경매 건수 1494건…18년 만에 최다

HUG, 전세사기 주택 직접 낙찰 ‘든든전세’로 공급

공공 참여로 빌라 기피현상 해소 일부 ‘보탬’

“시장 관심 여전히 저조, 전세사기 예방 시스템 구축 필요”

빌라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가 계속해서 발목을 잡아서다.ⓒ데일리안DB

빌라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가 계속해서 발목을 잡아서다. 그동안 무주택자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던 빌라는 시장의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속속 경매시장에 쌓이는 실정이다.

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로 넘겨진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는 1494건이다. 4월(1456건)에 이어 2개월째 1400건을 넘었다. 이는 2006년 5월(1475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평균 600~800건 정도였던 빌라 경매 건수는 올 들어 매달 1000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1월 1290건에서 2월 1182건, 3월 1048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부터 반등했다.

지난달 서울의 빌라 경매 낙찰률은 27.8%로 한 달 전보다 12.8%포인트 올랐다. 낙찰률이 올랐지만, 제때 주인을 찾는 물건들이 늘어난 건 아니다. 집값이 상승하던 2021년 30%에 육박하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10건 중 7~8건가량은 유찰을 거듭하는 셈이다.

한 달 전보다 낙찰률이 오른 것은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경매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넘어오면서 주채권자인 HUG가 법원 경매에 직접 참여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HUG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강제경매를 신청하더라도 직접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낙찰 대금에 대한 우선변제금만 받았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정부가 매입임대주택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HUG를 공공주택 사업자로 지정하면서 직접 경매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HUG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임대인을 대신해 보증금을 우선 내어주고 향후 채권 회수를 위해 강제경매를 신청한다. 문제는 빌라 기피현상이 짙어진 데다 전반적인 가격 하락까지 이뤄지는 상황에서 제때 낙찰자를 찾기 힘들어졌다.

이에 ‘인수조건변경’을 통해 매각대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은 행사하되, 보증금을 다 받지 못하더라도 임차권등기 말소가 가능한 방법을 택했다. 경매 낙찰을 위해 대항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HUG는 이 중 일부를 대위변제 해준 보증금 이하에서 높은 금액을 써내 직접 낙찰받기도 했다. 지난달 HUG가 낙찰받은 빌라는 304건으로 이들 주택은 하반기부터 ‘든든전세주택’으로 활용한단 방침이다.

HUG가 대항력을 포기한 물건들로 인해 빌라 경매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다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공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경매시장에 쌓이는 빌라 물건을 해소하는 데는 상당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여부를 놓고 여야 정쟁이 계속되고 빌라에 대한 수요 역시 현저히 낮아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HUG는 (경매 낙찰대금과 HUG가 우선변제권을 가진 전세보증금의) 상계처리가 가능해 어느 정도 낙찰가율을 높여서 낙찰받아도 큰 문제가 없다”며 “따라서 빌라 낙찰가율이 상승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개인 수요자는 낙찰가율 상승이 대세적인 가격 회복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매업계 관계자는 “HUG가 대위변제금 회수를 위해 낙찰받은 빌라를 전세로 다시 공급하는 건 어느 정도 빌라 기피현상을 해소하는 데 보탬이 되겠지만, 낙찰 요건을 갖춘 매물이 많지 않아 실제 빌라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바꾸긴 힘들 것”이라며 “결국은 수요가 늘고 빌라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경매로 넘어오는 빌라는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서민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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