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빌라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내 빌라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세 시장에서 아파트와 비(非)아파트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는 역전세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의 전세 안정화 대책도 무기한 연기되면서 비아파트의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55주째 상승세…국평 51%, 거래액 6억원 넘어섰다

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첫째 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와 같은 0.10% 오르며 상승 폭을 유지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55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 역시 0.04% 상승하며 전주(0.05%) 대비 다소 오름폭이 축소됐지만 상승세는 유지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1% 올랐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 아파트 전셋값은 0.15% 상승해 가장 오름폭이 컸다. 경기도의 경우엔 0.10% 올라 상승폭이 서울과 같았다. 

올해 들어 서울 전용 84㎡ 아파트 전세 계약 절반 이상은 보증금이 6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서울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세 계약의 51.1%는 보증금 규모가 6억원을 넘었다.

금액대별로 보면, 전용 84㎡ 아파트에서 전셋값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거래량은 5712건으로 전체의 39.4% 비중을 차지했다.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 거래량은 1520건으로 10.5%, 15억원 이상 거래량도 168건으로 1.2%였다. 

전용 59㎡ 아파트 전셋값도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이 기간 서울 전용 59㎡ 아파트 전세 거래에서 6억원 미만 거래량은 76.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아파트 전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하지만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아파트 면적 84㎡ 규모의 6억 미만 거래 비중도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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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율 80% 넘는 비아파트 증가…수도권도 곳곳서 경고음 

최근 들어 연립·다세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전세 시장은 ‘역전세'(전세시세가 기존 보증금보다 낮은 상황) 우려도 심화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이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100%를 넘어서 깡통전세로 전락한 곳도 나타났다. 

임대차 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전남 광양시의 연립·다세대(이하 빌라)의 지난 4월 전세가율은 104.0%를 기록하며 100%를 넘어섰다. 전세가율은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3개월 간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해 월별로 공개한다. 

전세가율이 100%를 넘으면 집값보다 전세 보증금이 더 많아 집을 팔아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로 분류한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우려가 있다고 본다. 

지난 4월 광양시의 전세 보증금 사고 비율은 전체의 30.8%(30건)에 달했다. 이 기간 보증금 사고 금액은 총 28억3225만원으로 집계됐다. 광양을 포함한 전남지역의 평균 전세가율 역시 81.1%로 높게 나타났다. 

강원도 역시 역전세 위험 경고가 커졌다. 강원도 평균 전세가율은 83.8%로 80%를 넘겼다. 강릉시는 전세가율이 90.2%로 가장 높았다. 경북지역도 전체 전세가율은 평균 80.4%로 위험 경고가 켜졌다. 대전시 대덕구와 서구가 각각 93.1%, 89.5%로 90%를 넘거나 육박했다. 

이러한 역전세 우려는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4월 부동산원의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전세가율을 분석해 지난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빌라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곳이 안성시(93.9%), 용인시(92.2%)였다. 

안성시의 경우엔 1년 전 전세가율이 74.6%에 불과했던 안성시는 지난 4월 93.3%를 기록해 20%포인트(p) 가까이 폭등했다. 80%를 넘는 곳도 있다. 지난 4월 안양시 만안구의 전세가율은 82.1%(최근 1년 80.6%), 용인시 처인구 80.7%(최근 1년 77.9%)로 집계됐다. 역전세 우려가 커지자 경기도는 ‘깡통전세’ 우려가 있다며 임차인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인천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천 강화군의 전세가율은 90.4%에 달하며 역전세 우려 커졌다. 미추홀구는 81.3%로 뒤를 이었고, 부평·서구가 각각 79.6%, 79.3%를 기록하며 80%에 근접했다.

서울도 ‘역전세 안전지대’는 아니다. 빌라 비중이 높은 강서구가 80.2%로 80%를 넘어섰으며 구로구도 79%로 뒤따랐다. 

전세가율이 높아질수록 임차인의 부담이 커지고 깡통전세의 위험도 증가하는 만큼 현재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달 하순쯤 비아파트 기피 현상 완화에 초점을 맞춘 ‘전세 안정화 및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려 했으나 관련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 여파로 세입자들의 기피 대상이 된 비아파트의 규제 완화 등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효선 NH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전세사기 프레임이 씌워진 빌라의 기피 문제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 보증보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보험 가입 기준인 공시지가를 감정가 등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면서 “또 돈이 없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빌라 집주인들을 위해서는 주택연금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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