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챗GPT’ 각본, AI 딥페이크에 거장 감독과 배우들의 생각은?

전례 없던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 지능) 기술 발전은 현재 진행 중인 할리우드 파업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AI가 영화산업 전반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며 생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했지만 ‘AI와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지난 4일 개막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은 AI 기술 발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 ‘더 비스트’ 감독 “챗GPT, 훨씬 좋아지겠지만…”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의 ‘더 비스트’는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세계적인 화제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됐다. 보넬로 감독은 ‘포르노그래퍼'(2001년) ‘라폴로니드:관용의 집'(2011년) ‘생 로랑'(2014년) 등을 연출했다.

‘더 비스트’는 1910년, 2014년, 2044년 세 시대에 걸쳐 환생하는 한 여자와 남자를 중심으로 매번 두려움 때문에 관계 맺기에 실패하는 이들의 관계를 그렸다. 사랑,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큰 주제 아래 시대별로 장르를 달리하는데, 2044년은 AI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인간의 감정을 찾기 힘들다.

“4~5년 전 각본 작업을 시작하면서 AI가 동시대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 보넬로 감독은 “AI를 만든 분들은 원자폭탄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말하고, 미국에서는 배우들이 파업도 하고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감독은 실제 “‘챗GPT’한테 ‘각본을 써봐라’고 했는데, 4~5초 만에 해내더라. 아주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멍청하지도 않았다“고도 말했다.

보넬로 감독은 “3년 뒤면 AI 기술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며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작가나 배우들의 커리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20세기적인 접근법일지 모르지만, 창작에는 인간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AI는 발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등 창작의 영역에는 ‘인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 존 조 “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미국 배우인 스티븐 연과 존 조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코리안 디아스포라’로 영화제를 찾았다.

두 배우는 현재 파업을 진행하는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소속. 노조의 방침에 따라 이번 영화제에서 자신들 출연한 미국 작품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었다.

스티븐 연은 파업의 이유에 대해 “예술가를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자”는 목적이라며 “(콘텐츠에 대한)비즈니스가 바뀌고 있는 환경에서 안전망이 없는 작가나 배우들의 공정한 소득과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디즈니·유니버설·넷플릭스 등을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을 상대로 한 이번 파업의 쟁점은 시청자들이 작품을 볼 때마다 지급되는 재상영분배금과 기본급 인상 요구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주목받는 부분은 ‘AI 확산에 따른 창작자들의 권리 보장’이다. 생성형 AI가 대본을 쓰고, AI 딥페이크 기술이 배우를 대체함에 따라 이들의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실질적인 위협이 뒤따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존 조는 “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 인간의 경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보고 싶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AI가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한 파업에 대해 “우리가 하는 작업을 인간이 할 수 있는 전문적인 분야로 만들고자 한다”며 정당한 보상을 통해 “예술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 송중기 “발전된 기술 덕분에 도움 많이 받지만…”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공식 초청된 김창훈 감독의 ‘화란'(제작 사나이픽쳐스)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송중기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는 토크 프로그램인 ‘액터스 하우스’에서 영화 ‘듄'(2021년)을 보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발전된 기술 덕분에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고 현장에서도 작업할 때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술보다 사람이다”며 “영화는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중기는 한국영화 최초로 우주 SF를 그린 조성희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승리호'(2021년)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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