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우성
서울의 봄 정우성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개인의 욕망과 영광보다는 배우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것. 배우 정우성이 데뷔 30년이 되도록 최고의 자리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단지 본분을 지키는 것이었다.

22일 개봉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정우성은 극 중 전두광(황정민)의 반란을 막으려 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연기했다.

김성수 감독은 지금의 배우 정우성을 있게 한 사람이다. 영화 ‘비트’로 신예 정우성을 알렸고, ‘아수라’로 정우성의 연기 영역을 넓혀주기도 했다. 정우성도 김성수 감독을 같은 영화인으로서 늘 믿고 지지하며 깊은 유대감을 가져왔다.

그렇지만 처음 ‘서울의 봄’ 제안을 받았을 때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오히려 깊이 존경하는 감독님인 만큼 자신의 출연이 부담이 될까 봐 걱정하기까지 했단다. 영화 ‘헌트’ 김정도와 ‘서울의 봄’ 이태신의 대척점에 선 인물이 같고, 캐릭터의 결도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정우성은 이에 대해 “김정도나 이태신은 동일 인물을 대척점에 두고 있다. 그 우려를 처음에 말씀드렸다. 물론 다른 캐릭터이고, 구성도 다르지만 관객들에게는 정우성이 비슷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태신을 이해시키는데 장애물이 하나 버티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정우성은 “감독님이 새로운 플레이를 하려고 하는데 시작부터 그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라고 했다.

여러 고민 끝에 다시 한번 김성수 감독이 만든 무대 위에 올라가기로 결심했지만, 초장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부담감은 어떤 캐릭터를 맡든 배우의 숙명”이라는 정우성은 이태신이 지금껏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막연했다고 했다. 정우성은 “스토리 구성 자체로만 보면 이태신은 혼자 고립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막연함이 더 컸다”라고 했다.

망망대해에 놓인 기분이 들었을 때, 김성수 감독이 참고하라고 몇 개의 영상을 줬다고 했다. 가이드라인이라도 잡을 수 있을까 들뜬 마음에 영상을 확인했지만, 자신의 UN 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 장면과 뉴스 인터뷰 영상임을 알고 크게 당황했다고. 정우성은 “처음에는 감독님이 내 영상을 주면서 나에게 뭘 찾으라는 건지 모르겠더라”면서 “감독님이 처음에는 구체적으로 말씀을 안 해주셨다. 제 스스로가 이태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하려고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우성은 “난민에 대한 제 생각을 이해 못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제주도 상황이 펼쳐지면서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의연하고 꿋꿋하게 서있는 제 모습을 감독님이 보신 것 같다. 정우성의 그 부분을 인상 깊게 평가해 주신 거다. 저는 그걸 가져와서 이태신한테 넣으면 됐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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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이태신을 막연히 선의 영역에 놓인 인물로 그리지 않으려 했다. 김성수 감독이 12·12 군사반란을 무대로 만들어놓은 이유가 관련 인물들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누려 함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정우성은 “우리 안에는 전두광도 있고, 이태신도 있다. 감독님은 모두 무고하지 않다는 시선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하시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우성은 “저도 이태신이 명분과 정의를 울부짖는 인간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태신은 본분을 지키려 하고 자기 직무에 충실한 사람이고, 그런 부분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닌가라고 평가가 된 거다. 거기에서 의미 부여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 후반부 이태신이 바리케이드를 넘어 전두광에게 향하는 장면은 이태신의 본분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태신은 진압군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높은 바리케이드도 성큼성큼 넘으며 전두광에게로 향한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이태신이라는 사람이 명분을 내세우거나 대의와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군인으로서 자기의 본분을 지키는 사람이다”라면서 “그 장면은 한 사람의 뚝심을 형상화하는 장면이다. 사실 전두광과 마주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인간적인 연민이 개입하면 안 되는데 그런 여지가 많은 장면이었다. 그 여지를 감독님이 계속해서 제거를 해주셨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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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감을 안고 김성수 감독과 다시 만난 정우성은 함께 ‘서울의 봄’이라는 수작을 완성해 냈다.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과 ‘서울의 봄’을 함께 하며 새삼 새로운 감정들을 경험하게 됐다고 했다. 정우성은 “감독님이 ‘아수라’부터는 인간의 본성을 겉핥기식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한 고민들이 영화를 볼 때 다시 얹히고, 다른 캐릭터들과의 전체적인 하모니가 놀라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우성은 이태신을 ‘본분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우성에게 배우의 본분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정우성은 “배우가 갖고 있는 직업적 특성의 본분은 명확하다. 연기를 잘해야 한다”라고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이어 정우성은 “이 업에서 종사할 때 경력이 가져다주는 기회가 있지 않나. 어느 시점에서는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도전을 함으로써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배우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는 도전들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데뷔한 지 30년이 됐네요. 젊은 시절에는 내 확신만 가지고 그걸 더 공고히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유연해지고 넓게 보려고 하고, 뭔가 규정짓지 않으려 해요. 그런 관점에서 연기 작업에 대한 이해가 깊이 있어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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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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