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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배우들이 대거 예능 씬에 침투하고 있다. 이들의 주 무기는, 실체에 근접한 자연스러운 상태. 하지만 이 자연스러움이라는 게 아무 때나 만들어질 순 없고 이미 친분이 형성된 상대와 함께 있는 경우, 즉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툭 튀어나오게 만드는 그러한 관계 속에서 생성되기 마련인지라 이들이 활용하는 방식은 그들의 지극히 사적인 살롱을 무대 위로 올리는 것이다.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적이 있다거나 그 후 사석에서 만나 친해졌다거나 누군가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마음의 쿵짝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거나 꼭 그런 건 아니었으나 어느새 진한 친분을 쌓아오게 되었다거나 등등. 어쩌다 친해진 이들이 함께 출연하여 서로의 존재 자체로 든든하게 여기다 보면 보통 때는 익숙하지 않아 긴장감이 가득했던 예능 프로그램의 세계가 어느새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모든 준비는 끝났다. 생각해 보면 배우만큼 리얼 버라이어티 부문에 특화된 직종이 또 없다. 분명히 촬영 중이고 그러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으나 촬영임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본연의 것에 최대한 가까이에 놓인 모습을 선사해야 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일명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연기가 요구되는 순간으로 배우의 업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지점 아닌가.

이 꾸안꾸 연기가 보통의 연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보는 이들에게 배우의 실체로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물론 완연한 그 혹은 그녀의 모습이라 할 순 없다. 어찌 되었든 몇 대의 카메라에 실린 시선들, 그리고 여러 번의 편집을 거쳐 다듬어진 후 송출되는 방송 프로그램이니까. 하지만 그 안에 다른 곳에선 볼 수 없었던, 유독 편안하게 놓인 그들의 모습이 존재함은 부인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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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과 조인성을 주축으로 시작된 ‘어쩌다 사장’ 시리즈는, 매회 그들과 여러 통로로 친분을 맺은 배우들이 등장하며 대중의 큰 호응을 끌어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었던 배우들이 편한 복장으로 카메라 앞에 등장하여 친해진 계기나 출연한 작품의 비화, 개인적인 고민이나 일상 등을 나누었는데 그 가운데 발산되는 인간적인 매력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결과라 하겠다.

이들이 아예 예능에 나온 적이 없는 건 아니다. 단지 배우로서 누구, 이런 방식의 출연이 대부분이어서 배우라는 것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다 보니 자신이 예능에 출연하고 말았다는 현실이 주는 압박감만 크게 느끼다 본래 가진 매력의 반의반도 보여주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을 뿐이다. 물론 탁월한 진행자가 이끄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에서는 그 상황이 다르긴 했다.

하지만 친한 이들이 맞닥뜨리며 생성되는 시너지는 어떻게든 따라갈 수 없다. 허물없는 관계에서만 드러난다는 본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끌려 나오는 까닭에, 보는 이들은 해당 배우의 실체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감격 속에서 그 혹은 그녀의 꾸안꾸 매력에 한껏 매료되며 심지어 심적으로 한층 가까워졌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덩달아 친근감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내 이렇게 읊조릴 테다. “저 배우, 참 인간적이네.”

이것이 바로 대중이 배우들의 예능에 기대하는 바로, 일명 ‘차태현ㆍ조인성 살롱’을 앞세운 ‘어쩌다 사장’ 시리즈가 꽤 정확하게 저격하고 있다. 차태현ㆍ조인성 살롱에서 파생된 프로그램이라 보아도 무방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제작진의 역량은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향성을 준다면 금상첨화이겠으나 설사 그렇지 못한다 해도, 도리어 삐끗하여 논란을 만든다 해도 상관없다.

살롱 내부에서 문제시될 만한 상황이 빚어지지 않는 이상 이들이 만드는 예능에는 별다른 타격이 없을 터. 중요한 건 차태현과 조인성의 살롱에 대중이 초대되었고, 이를 대중이 아주 기꺼이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살롱의 멤버들이 모여 희희낙락하는 장면을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흡족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니까. 차태현ㆍ조인성 살롱이 만들어갈 배우 예능에 찬란한 앞날이 예고된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어쩌다 사장3‘, ’콩콩팥팥‘, 이광수 개인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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