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개인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다른 온도로 느껴진다. 어떤 사람에겐 따뜻한 음악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차가운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 온도(OWNDO, 보컬 김아영·대금 서민경·건반 강미주)는 이름 그대로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의 온도를 높이고 싶다는 목표로 대중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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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컬플레이’ ‘풍류대장’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린 이들은 지난해 첫 디지털 싱글 ‘초록들’로 여름의 온도를, 1월 5일 발매한 새 싱글 ‘마이 디어’(My Dear)로 겨울의 온도를 자신들만의 색깔로 담아냈다. 이들이 전하는 계절의 온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대중의 몫이다.

-각자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먼저 들려주세요.

(미주) 저는 아주 어릴 적부터 음악과 가까이 지냈어요. 우연히 피아노 선생님의 테스트를 통해서 절대음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어릴 적부터 피아노나 기타를 연주하거나 작곡을 하는 것이 취미이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예고와 음대를 작곡 전공으로 진학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작곡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민경) 저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항상 관악기 연주를 흥미로워했습니다. 마침 아버지께서 취미로 대금 연주를 하셔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고요. 단소, 대금을 연주하는 것이 즐거웠고 자연스럽게 대금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예중, 예고, 음대에 진학하며 지금까지도 대금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영) 제 태몽이 음악 이야기라 그런지 엄마가 저를 어려서부터 음악인으로 키우고 싶어 하셨어요. 그런데 다른 건 제가 다 거부했는데 병창은 자발적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배우게 됐습니다. 마침 태어나서부터 몇 개월간 많이 울어대며 성대를 단련시킨 덕분에(?) 병창이 적성에도 잘 맞고 실력도 따라주어 그때부터 음악의 길을 걷게 된 것 같습니다(웃음).

-세 명의 멤버가 이화여대 동문이라고요. 한 팀으로 뭉치게 된 계기는?

(아영) 제가 주도해서 팀을 만들었어요. 원래 학내 대회인 ‘이화in스타’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프로젝트 그룹이었는데, 채널A에서 방영한 ‘보컬플레이’에 나가서 감사하게도 TOP 8이라는 자리까지 오르게 됐어요. 그 경험을 통해 온도만이 낼 수 있는 색깔로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정상 멤버가 바뀌게 되어 고민하던 중에 동아리로 연이 닿은 다재다능한 미주와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많이 하는 선배 민경 언니와 함께 팀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온도라는 팀의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요?

사람이 어떠한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만의 온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의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의 온도를 높이고 싶어서 팀명을 ‘온도’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팀 구성을 소리와 대금, 피아노로만 꾸리게 된 이유도 있나요?

‘이화in스타’에 나가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줬던 원년 멤버의 전공이 피아노였어요. 그리고 저는 가야금병창을 전공했고요. 그래서 팀을 만들려면 국악기가 하나는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악기인 대금을 더해 이렇게 셋의 조합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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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라는 팀이 알려지게 된 건 앞서 말씀하신 보컬플레이’ ‘풍류대장’ 등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죠.

먼저 보컬플레이’에 출연했는데 당시의 무대가 한 사이트에서 화제가 됐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풍류대장’ 작가님이 직접 연락을 주셨고요.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또 한 번 나간다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그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프로그램 출연 이후 달라진 점도 있을까요?

‘풍류대장’에서 무대를 준비할 때마다 저희의 다양한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 마음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였는지, 저희의 무대를 기억해 주시는 팬분들이 많아졌어요. 프로그램이 끝나고 ‘풍류대장’ 전국투어 콘서트를 다녔는데 그때마다 온도의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고, 아껴주시는 팬이 많아졌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국악을 어렵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느끼는 대중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새롭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경쟁했던 팀들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사실 아직까지 모든 팀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요. 그중에서 유독 인상 깊었던 팀을 꼽아보면 억스(AUX)입니다. 전통 민요를 모티브로 만든 ‘새타령’을 부르던 화려한 등장이 기억납니다. 태평소와 퍼커션 구성으로 파워풀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점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풍류대장’에는 다양한 색의 팀들이 있었는데요, 저희가 생각지도 못한 편곡과 퍼포먼스를 가져오는 팀들이 정말 많았어요. 다들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치열하게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음악적으로 많은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온다면,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다시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까요?

(아영) 멤버들은 아마 다른 의견일 것 같지만 저는 언제든 열려있습니다.

(미주) 당연히 하고 싶지만,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 않긴 하네요(웃음).

(민경) 그만하고 싶은데, 또 좋은 기회가 온다면 나갈 것 같은 마음? 하하.

-새 앨범 이야기도 해볼게요. 지난 9월 첫 싱글을 발매했고 5일이 두 번째 싱글을 발매했어요. 첫 앨범을 발매하고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마음가짐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민경) 이번 앨범은 ‘초록들’과는 또 다른 우리의 색깔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준비했던 것 같아요. 미주가 처음 데모 버전을 들려주던 날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요. 아영이랑 저랑 모두 비슷한 감성을 느꼈던 것 같아요. 차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몽글몽글한 감성이랄까요. 두 번째 싱글앨범 발매 날짜가 빠르게 결정되어서 부지런히 회의하며 준비한 기억이 납니다. 아영이가 직관적으로 느꼈던 이미지를 가사로 풀어내고자 했고, 저는 대금으로 부드럽고 따듯한 분위기를 가져가고자 했습니다.

ⓒ'마이 디어' 앨범 재킷 ⓒ’마이 디어’ 앨범 재킷

-이번 신곡의 제목은 ‘마이 디어’죠. 어떤 곡인가요?

‘마이 디어’는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잊을 수 없는 사랑에 겨울을 담아 그려낸 서정적인 발라드곡입니다.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와 따뜻하면서도 독특한 색채를 가진 대금과 보컬의 합이 돋보이는 곡이죠. 기존의 발라드들과 달리 온도만이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구성을 지닌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싱글앨범 ‘초록들’에서 싱그러운 여름 날의 온도를 보여 드렸다면, 다음 앨범에서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겨울 날의 온도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곡을 쓰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

사실 이전에는 들려드린 적 없는 스타일의 곡이라 작업하면서 고민도 많이 되고 기대도 많이 했어요. 특히 이 곡이 국악적 색채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 곡이어서 음악적인 고민이 정말 컸어요. 하지만 저희 팀과 이 곡을 한 장르로 꼭 담아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면서 좋은 곡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이 있다면?

이번 곡은 다른 악기를 추가하지 않고, 오직 저희만의 구성으로 채웠는데요. 온도의 감성과 세 악기의 매력을 과하지 않게 잘 담아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대금이 국악이 아닌 일반 발라드 장르에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드물어서,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곡을 통해 어떤 이야길 전달하고 싶었나요?

이 곡은 잊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겨울 감성으로 담아낸 곡입니다.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겨울이 오면 떠오르는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노래를 들으시면서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며 아름답게 추억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온도만의 레퍼런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곡이 그 과정에서 어떤 의미가 될지도 궁금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이 디어’는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장르의 곡입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새로운 장르의 곡을 작업한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국악 크로스오버 음악을 주로 하고 있지만,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 장르를 함께할 수 있는 팀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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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국악 기반의 팀들이 꽤 많이 있어요. 지루했던 국악이 조금은 친숙한 장르로 대중에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요. 이런 현상이 온도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맞닿아있는 것 같아요.

네. 저희가 추구하는 국악 크로스오버 팀으로서의 방향성은 ‘우리가 국악의 입문서 같은 음악팀이 되자’ 입니다. 요즈음 대중들에게 친숙한 국악 크로스오버 음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저희 개인적으로도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희 팀은 기존의 많은 국악크로스오버 팀들보다도 더욱 친숙하고 대중적인 팀이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이 국악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실 수 있도록 저희가 그 입문서와 같은 팀이 되면 좋겠습니다.

-대중성과 전통성에 사이에서 고민도 클 것 같아요.

맞아요.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고민인 것 같아요. ‘풍류대장’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적 님께서 심사평으로 ‘절반은 국악, 절반은 R&B의 느낌이 난다’ ‘듣는 사람에 따라 국악인 것 같기도, R&B인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심사평을 남겨주셨는데요. 국악적인 부분을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이며 온도의 색깔을 만들려고 합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대중성과 전통성 모두 놓치지 않으면서요.

-이밖에도 밴드로서 요즘 하고 있는 고민거리들이 있다면?

3인 구성의 밴드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사운드를 보여드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음악적 색을 가지고 있는지, 강점이 무엇인지는 음악인으로서 늘 하게 되는 고민인 것 같아요. 멤버들끼리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보여줄 음악들도 궁금해요.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않았던 독특한 분위기의 곡이나 전통적인 느낌의 다양한 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초록들’ ‘마이 디어’와는 또 다른 온도의 색들이 가득 담겨있으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예정된 일정도 있다면 귀띔해주세요.

확실하게 예정된 것은 아직 없지만, 올해는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곧 여러분들과 또 만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밴드 온도로서의 목표, 또 각자 개인으로서의 목표도 들려주세요.

(미주) 우선 온도의 팀원으로서 좋은 곡들을 많이 작업해서 팬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아티스트와 더 많은 작업을 해보고 싶고, 오랫동안 작곡가 강미주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온도 강미주도, 작곡가 강미주도 오래오래 계속 지켜봐주세요!

(민경) 온도 팀원 모두 좋은 곡들을 만들어 앨범을 내는 목표를 가졌었는데, 작년 첫 싱글을 시작으로 2024년 새해에도 두 번째 싱글 ‘마이 디어’를 선보이게 되어서 설렙니다. 올해도 다양한 공연과 앨범으로 팬분들을 만나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협연, 독주회 등을 준비해 보고자 합니다. 재미있는 음악 작업을 하는 2024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영) 올해 온도의 목표는 ‘EP 앨범 발매와 단독 콘서트 하기’입니다. 첫째로, 저희의 다양한 색깔이 담긴 음악을 더 알차게 모아서 보여드리고 싶고요. 둘째로는, 저희가 아직 단독으로 콘서트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저희의 음악을 현장에서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아주 좋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저의 개인적 목표는, 비밀로 남겨두겠습니다(웃음). 다음에 또 좋은 기회로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그때 이 비밀을 공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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