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성 봉준호 감독 윤종신 ⓒ곽혜미 기자
▲ 김의성 봉준호 감독 윤종신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고 이선균의 비극적인 죽음이 문화예술인의 단체 행동을 불렀다. 봉준호, 김의성부터 장항준, 윤종신 등 고(故) 이선균의 동료들이 수사 당국, 언론, 정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12일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선균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현장에는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최덕문, 이원태 감독, 장항준 감독 등이 참석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생을 마감한 배우 고 이선균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이 단체 성명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이들은 수사 당국과, 언론, 그리고 정부에 진상 규명 및 변화를 촉구했다. 

먼저 봉준호 감독은 수사 당국에 관해 “지난 10월 23일 남배우 L 씨라는 이름으로 내사 사실이 최초 유출된 시점부터 극단적 선택까지 2개월 동안 수사 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윤종신은 언론 및 미디어에 묻는다며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 수사 단계 보도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하여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특히 KBS에 대해서는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이원태 감독은 정부 및 국회에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 고 이선균 영정. ⓒ사진공동취재단
▲ 고 이선균 영정. ⓒ사진공동취재단

이선균의 수사과정 노출은 고인의 사망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이다. 실제로 이선균은 이례적으로 혐의가 확정되기 이전인 내사 단계부터 ‘남배우 L씨’라는 이름으로 신원이 노출됐으며, 3차례에 걸친 공개수사를 받았다. 

수사과정 역시 고스란히 언론에 공개됐다.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 결과뿐만 아니라 “이선균이 케타민을 궁금해해 구해다줬더니 투약했다”고 한 유흥업소 여실장의 진술, 이선균이 “빨대를 이용해 코로 흡입했지만 마약인 줄 몰랐다”라고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내용 등 수사 당국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자세한 수사 내용이 보도에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이선균 측은 3차 조사 전 경찰에 비공개로 소환을 요청했으나 경찰이 이를 거부했고 지난해 12월 23일 3차 소환 조사에서도 이선균은 19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후 또 한 번 취재진 앞에 머리를 숙여야 했다.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경찰은 “무리한 수사는 없었다”라고 항변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사건과 무관하게 사생활 폭로에 초점을 맞춘 언론 보도 역시 이선균의 죽음 전후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11월 KBS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이선균과 유흥업소 실장 A씨의 통화 내용을 단독 보도했으나, 해당 내용에는 마약 투약 의혹과는 무관한 사적인 대화 내용이 포함돼 비난을 받았다. 또한, TV조선은 지난달 27일 이선균의 사망 이후 이선균 유서 관련 기사를 단독 보도했으나, 이는 유서 내용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유족의 뜻에 반하는 것으로 논란이 되다 유가족의 법적대응 이후 해당 기사가 삭제되기도 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이날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 ”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 슬픔과 분노를 헤아릴 길이 없다”,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을 요구한다” 등 다소 강한 논조로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 봉준호 감독 윤종신 김의성 ⓒ곽혜미 기자
▲ 봉준호 감독 윤종신 김의성 ⓒ곽혜미 기자

이번 성명서는 참여한 감독, 배우의 화려한 면면을 차치하고라도 여러 모로 주목할만하다. 배우 한 명의 비극적인 사망 사건 이후 수천의 문화예술인들이 조직적 변화, 법령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점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분야 규모도 문화 전반을 아우른다. 한국 방송, 영화, 음악을 총망라한 29개 단체와 배우 송강호 등 2000여 명의 개인이 지지한 내용이다. 진실 규명 및 기사 삭제를 통해 고인의 죽음 후에나마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자는 데에 적지 않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한 마음을 모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가장 힘줘 말한 대목은 비극적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법 제·개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요구였다. 한국영화프로듀서 조합 최정화 대표는 설명서 발표 이후 “여러 곳에서 언급되고 있는 속칭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모든 단체와 함께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고인의 죽음이 몰고온 사회적 파장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고 이선균 방지법’ 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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