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공인에게 부과된 도덕성의 기준은 높을까, 낮을까? 그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와 관련해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지난 14일 故 이선균 배우의 마약 투약 혐의 및 사망 사고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경직성을 조망하는 기사를 냈다.

기사에서는 먼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수 문빈, 박원순 서울시장,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거론됐다. 매체는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한 유명인들의) 축적은 한국사회와 유명인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한국서 공인이 짊어져야 할 도덕적 책무가 가볍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앙트완 코폴라(Antoine Coppola·59)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故 이선균 배우. ⓒ성균관대학교 홈페이지, 윤종신 인스타그램 
앙트완 코폴라(Antoine Coppola·59)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故 이선균 배우. ⓒ성균관대학교 홈페이지, 윤종신 인스타그램 

프랑스 출신의 앙트완 코폴라(Antoine Coppola·59)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는 1990년 유현목 감독과의 인연을 계기로 2000년경부터 한국서 지내며, 2007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코폴라 교수는 이창동, 홍상수 감독 등 국내 영화인들과 교류해왔고, 한국과 프랑스 양국 문화와 유명인들의 삶을 근거리에서 보아온 인물이다.

코폴라 교수는 “프랑스인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공인은 오래전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다”고 매체에 전했다.

이어 “공적인 것은 모두 사회 도그마(독단적 신념·교리 등)에 부합해야 한다는, 일종의 ‘청교도주의'(Puritanism)가 한국 사회에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청교도는 16~17세기에 활동한 복음주의적 개신교도를 일컫는 말로, 이들은 도덕적 순수함과 근면 성실한 생활을 고수했으며 낭비와 사치를 죄악시했다. 코폴라 교수가 언급한 ‘한국 사회의 청교도주의’는 엄격하고 경직된 세계관 및 생활 태도를 설명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고(故) 이선균씨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023.12.27. ⓒ뉴스1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고(故) 이선균씨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023.12.27. ⓒ뉴스1

끝으로 매체는 코폴라 교수의 설명에 비춰볼 때, 마약 복용 혐의와 유흥주점 출입으로 조사받은 이선균이 겪은 불명예가 적지 않았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공인 ‘스캔들’에 관대한 프랑스?

한편 프랑스의 경우 애정사와 관련해서는 대중과 언론이 공인에게 갖는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주장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마크롱은 15세 당시 연극반 교사이던 40세 유부녀 브리지트 여사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했으며 이 사실은 그의 공직 수행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유명인의 불륜 사실이 드러나면 사실상 커리어에 마침표가 찍히는 국내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되는 대목. 

공직자의 불륜 및 섹스 스캔들에 관대한 프랑스 국민과 언론의 경향에 대해 프랑스 특파원을 지낸 신용석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사생활을 존중하는 분위기와 프랑스인들의 국민성으로 여기는 ‘톨레랑스'(포용심)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금전 관련 스캔들에는 가차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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