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에게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배웠다”

‘외계+인’ 2부는 시작부터 불안했다. 2022년 여름 개봉한 ‘외계+인’ 1부가 153만 여명의 관객에 그치면서 최동훈 감독의 첫 실패작으로 낙인 찍혔다. 1부를 많이 관람하지 않은 상황에서 2부의 운명은 흥행보다 고난이 예상됐다. 실제로 ‘외계+인’ 2부는 2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 수 98만 1313명으로, 고전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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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우 김태리에게 ‘외계+인’은 어떤 작품보다 다이내믹하고 애틋한 작품이었다. 보통 자신의 영화를 볼 땐 연기적으로 아쉬운 것만 보이거나 눈을 가리고 잘 보지 못하고는 했으나, ‘외계+인’ 2부를 볼 땐 일반 관객처럼 이야기에 푹 빠져 감상할 수 있었다. 김태리는 자신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이 영화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에게 닿을 수 있길 바랐다.

“1부 흥행에 대한 아쉬움은 당연히 있지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그래서 2부를 어떻게 보여주지’라는 생각에 치중했어요. 저 말고도 모두가 한 마음이었죠. 그렇다고 배우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감독님을 응원했어요. 편한 마음으로 와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워낙 세계관이 독특하고 시대를 오가는 설정이다 보니 이야기 자체에 푹 빠지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김태리는 ‘외계+인’ 1부와 2부를 관통하는 중심 인물이다. 모두 이안을 통해 모든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고, 핵심 실타래도 가장 전면에서 풀어낸다. 김태리는 어느 때보다 ‘외계+인’이 푹 빠질 필요가 있었다.

“연기는 기세예요. 정답이 없는 문제죠. 내 것으로 만들어 시청자를 설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외계+인’은 아무래도 세상에 없던걸 만들어냈어야 더욱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했죠. 맞지 않는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걱정보다는 이런 걸 떨쳐내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뻔뻔하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어려운 신들은 감독님과 상의를 하고요.”

이안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이안의 사랑스럽고도 귀여운 허당스러운 면모를 조화롭게 표현하는 것과 무륵과의 감정선이었다.

“인간적인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이안이 발단한 신체 능력, 높은 지적 수준을 갖고 있어서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데 이안 안에 있는 선함과 다정함 등 신체 능력과는 별개로 이뤄지는 허술함도 표현하려고 했죠. 후반부에 집중했던 건 무륵을 만났을 때 감정 포커스였어요. 10년 동안 혼자 지내왔고, 기억에서 잊혔지만 끊어지지 않았던 인연의 실이 이어졌을 때, 애틋함의 강도가 높을 것 같았거든요. 이 애틋함을 잘 표현하면 이안의 외로움도 잘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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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려시대에서는 무술과 총격, 현대에서는 CG를 적극 활용한 격투신까지 다양한 액션신을 소화했다. 평소 몸 쓰는 걸 좋아하는 김태리에게 체력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다.

“보통 무술 감독님이 합을 짜오시는데 항상 더 화려한 걸로 해달라고 이야기 하고는 했어요.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죠.(웃음) 이안의 무술은 간결하고 정직한 동작들이라 제가 원하는 화려함은 없었어요. 그건 조금 아쉬웠어요.”

김태리가 꼽은 영화 속 이안의 키워드는 ‘청춘’이다. 도전과 모험, 그리고 이안의 감정은 인생의 청춘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과 감정이 녹아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안이가 극중 20살에 대단한 일을 해냈잖아요. 처음 그 사건을 겪은 건 10살이고 사춘기 시절 나만의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고 나아갔고요. 이런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해내는 게 청춘의 모습과 많이 닮지 않았나요?””


최동훈 감독의 사단이 된 김태리는, 그와 함께 작업하며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웠다.

“직접적으로 말씀하지 않아도 영화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게 잘 느껴졌어요. 또 그 마음이 작품에 녹아있고요. 그 마음들이 이토록 사랑스러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외계+인’ 마지막 엔딩을 주는 무륵의 표정이 이 영화의 전체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어요.”

김태리는 배우로서 안주할 생각이 없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표현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고민은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으로 해소하고 있다. ‘흥행 실패’라는 낙인이 찍혀도 두렵지 않은 이유다.

“여기까지 못했다는 생각이, 스트레스를 주고 즐거움을 앗아가는 이유였어요. 스트레스 없는 작업을 하고 싶었고 최대한 즐겁게 일을 하고 싶어 고민하다 나온 건, 내가 했던 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게 정답일 줄 알았다면 더 잘하고, 불안해 떨지 않았을 텐데 싶었죠. 그런 면에서 기세를 밀고 내가 생각한 걸 잘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두려움에 쫓기기보다는 전투적인 스타일이에요. 제가 두려움을 쫓죠.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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