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주인공인데 민폐녀가 따로 없다. 죄 없는 사람을 때리고 유치장에 보내놓고는, 아니면 말고 식이다.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재벌 3세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며 비아냥거리기 급급하다. 시종일관 인상을 찌푸리고 화만 내니 SBS 사이다 유니버스에서 ‘발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캐릭터가 힘을 얻지 못하니 이를 연기하는 배우 박지현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SBS 새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는 철부지 재벌 3세가 형사가 되어 돈과 빽을 사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물이다. ‘열혈사제’, ‘천원짜리 변호사’, ‘모범택시’, ‘원 더 우먼’ 등을 잇는 SBS 금토 유니버스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SBS 금토 유니버스의 가장 큰 특징은 통쾌한 ‘사이다’ 응징에 있다. 그러나 ‘재벌X형사’는 초반 설정에서 남자 주인공의 히어로적인 모습을 부각하려던 탓에 여주를 너무나도 무능력한 인물로 그려냈다.

박지현이 연기하는 이강현은 정의롭고 열정적인 강하경찰서 강력1팀 팀장이다. 그러나 1회에서 이강현은 괴한을 쫓던 진이수(안보현 분)를 범인이라고 오해해 다짜고짜 체포를 하고, 그 과정에서 코뼈를 박살 내는 폭력까지 가했다. 자신은 가해자가 아니며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진이수의 말은 ‘재벌 3세’라는 이유만으로 묵살했고, 유치장에 수감시키기도 했다.

결국 재조사를 통해 진이수가 가해자가 아니며 오히려 진이수가 쫓던 괴한이 강도 살인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강현은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으로 진이수가 경찰 행세를 하게 된 상황에서도 내쫓을 궁리만 하고, 조직적으로 진이수를 무시하는 주동자 역할을 자처했다.

2화까지 방송된 상황 속 이강현의 정의로운 모습도, 능력 좋은 형사의 모습도 없었다. 실종 노인을 찾는 과정에서도 발로만 뛰는 이강현 대신 진이수가 수많은 팔로워들을 이용해 삽시간에 찾아냈다. 이강현이 출입 제재로 제대로 수사도 못하고 있을 때 진이수는 자신이 가진 빽과 돈으로 손쉽게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다보니 여주 캐릭터 설정에 불만을 드러내는 시청자들이 속출했다. 시종일관 인상만 쓰고 짜증만 내는 탓에 극에 몰입도를 깬다는 것이 이유였다. 무엇보다 박지현은 전작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배우였던 만큼, ‘재벌X형사’에서의 모습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탓에 연기까지 어색해졌기 때문이다. 그간 작품에서 매혹적인 이미지로 시선을 끌어당겼던 박지현은 이번 작품에선 찌푸린 미간과 날 선 발성 말고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회차가 거듭되고 진이수와 이강현의 공조가 본격화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민폐 캐릭터가 된 여주인 만큼, 주인공들의 러브라인과 공조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한 여주가 어서 빨리 사이다를 마시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