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을 할 때도 늘 영상 보곤 해…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놓치지 않고 하려고 한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탑기어 코리아’ 시리즈, ‘인생술집’ 등 색깔이 뚜렷한 예능들을 연출하며 강한 인상을 남기던 김병훈 PD는 지난 2021년 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만 해도 지금처럼 웹예능이 TV 예능을 압도할 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일부 콘텐츠들을 보면서 흐름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고, 과감하게 새 도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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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당시 지금처럼 인지도가 있지 않았던 코미디언 신규진을 발굴해 함께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이 가운데, 코미디언 탁재훈을 필두로 한 ‘노빠꾸 탁재훈’의 연출을 제안받고, 지금은 15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현재 제작사 스튜디오 시그마에서 제작본부 본부장을 맡아, ‘노빠꾸 탁재훈’과 ‘탁재훈의 압박면접’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연출 중이다. 100만은 기본, 200만도 훌쩍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노빠꾸 탁재훈’에 대해, 김 PD는 “탁재훈의 매력을 잘 부각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짚었다.

“탁재훈은 방송에서 보면 진행을 담당하는 사람은 아니다. 진행자 옆에서 끼어들 타이밍이 있거나, 애드리브가 생각날 때 옆에서 툭툭치고 들어가는 공격수 같은 방송인이다. 진행자는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 같은 것이다.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면, 탁재훈은 킬러 공격수 같은 느낌이 있는 것이다. 진행에 대한 역할을 주면, 탁재훈의 매력이 살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 인물에게 무엇을 원할까’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탁재훈의 애드리브를 모아 영상으로 만든 것이 인기 있지 않나. 그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탁재훈의 재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마니아들의 지지를 끌어낸 원동력이 된 셈이다. 다만 지금은 그의 ‘독한’ 입담이 유튜브 콘텐츠와 어울린다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이것을 무례하지 않게 전달하는 것도 필요했다. 이에 김 PD는 탁재훈의 거침없는 면모를 ‘잘’ 살릴 ‘포장지’를 고민했고, 이에 ‘노빠꾸 탁재훈’의 ‘취조’라는 색다른 콘셉트가 탄생했다.

“애드리브를 선보이기 위해선 상대방에게 이미 양해가 구해진 상태여야 했다. 유튜브는 더 독해야 사람들이 보지 않나. 그러면 그의 입담을 무례하지 않게 보이게 할 프레임이 필요했다. 그런 환경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까 취조실이 떠오른 것이다. 취조는 당연히 난감한 질문을 해야 하고, 또 가끔은 몰아붙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좋은 환경이 조성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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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재훈의 압박면접’ 역시 ‘압박면접’을 통해 다소 난처할 수 있는 토크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콘텐츠다. 여기에 특정 상품, 또는 기업의 ‘압박면접’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PPL 또한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다. ‘노빠꾸 탁재훈’의 세계관을 넓히면서, 동시에 수익 또한 확대하면서 영리하게 유튜브 콘텐츠를 활용 중이다.

“‘노빠꾸 탁재훈’은 사실 PPL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물론 프로그램이 잘 되다 보니까 오히려 ‘대놓고’ 앞광고를 하면서 그 광고 자체를 재밌게 만들곤 하는데, 사실 개연성이 있게 광고를 하면서 우리의 색깔을 해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다. ‘압박면접’은 우리의 세계관도 확장하면서, 유튜브라는 것도 결국은 이익 사업이기 때문에 PPL도 자연스럽게 녹여가면서 하고 있다.”

탁재훈의 매력을 부각할 수 있는 기본 콘셉트에, 신규진, 김예원 등 그와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보조 MC를 둔 것도 ‘롱런’의 비결이 되고 있다. 탁재훈처럼, 그들의 역할을 제대로 알아본 김 PD가 부각한 그들의 매력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이에 두 사람 모두 ‘노빠꾸 탁재훈’을 통해 새 전성기를 맞이했다.

“공격만 하다 보면 시청자들이 숨 돌릴 틈이 없다. 금방 질릴 수 있다. 중간에 완충재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 처음 진출할 때 선보인 ‘이촌향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신규진의 가능성을 봤었다. 당시 탁재훈 형이 좋아하는 여러 코미디언들도 있었다. 그런데 신규진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설득을 위해 일단 촬영을 한 번만 해보자고 했다. 해봤더니, 탁재훈 형도 그가 잘한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때부턴 호흡을 잘 맞춰나가고 있다.”


현재 스튜디오 시그마에서는 김 PD와 전부터 함께한 후배 PD들도 함께 협업 중이다. 그럼에도 김 PD는 콘셉트부터 출연진, 게스트 섭외는 물론, 편집과 썸네일 제작까지 모두 직접 하고 있다. “편집을 안 하면 PD가 아니”라는 김 PD의 소신이 있었던 것.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거듭 고민한 것이 콘텐츠 흥행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이제 제가 어느 방송국에 가도 CP급, 또는 그 이상급은 되는 연차일 텐데, 사실 필드 플레이를 안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아직 저는 마스터 편집을 다 하고, 썸네일이나 제목은 제가 다 제작한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내가 아는 40대 중에서 가장 철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평소 트렌드를 알기 위해 이동을 할 때도 늘 영상을 보곤 한다. 제게는 그게 칭찬이다. 물론 후배 양성이나 이런 것도 필요하겠지만, 기회는 기회대로 주면서 내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놓치지 않고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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