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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2024 아시안컵이 끝나고 한국 사람들이 가장 분노한 지점은 대표팀이 가져온 ‘준결승 탈락’이란 성적이 아니다. 준결승전에서 유효슈팅 하나 내지 못한 상황이, 상대 팀을 보았을 때 그리고 현재 대표팀을 구성하고 있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를 보았을 때 합당하지 않았는데, 그의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감독 클린스만과 그를 영입한 대한축구협회가 선수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르겐 클린스만을 감독으로 데려오며 계약한 연봉이 무려 29억 원에 달하고, 그를 경질하며 내주어야 하는 위약금 또한 약 7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국민 혈세에서 나가는 게 뻔한데 주머니의 주인이 되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열이 뻗칠 일이다. ‘돈값’, 사전적 정의로는 ‘돈을 들인 만큼의 가치’로, 이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돈값을 못 하는 것만큼 큰 죄가 또 없는데, 그에 관한 일말의 양심이나 책임감도 없으니 아주 악독한 경우다.

“돈값 해야지, 이런 농담을 치는 게 정말 진심이고”
돈값 문제는 비단 축구계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배우들의 출연료에 관한 정보가 대중에게 공유되면서, 처한 제작 현실에 비해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는 고가의 금액에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으레 그러려니 해왔을 상황일 텐데 이제 와서 문제시된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한국 콘텐츠 시장까지 침투한 거대 OTT 기업 넷플릭스가 한국의 스타급 배우들을 대거 영입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안 그래도 고가의 몸값이 다시 한번 ‘퀀텀 점프’를 할 여지를 갖게 되었다. 코로나로 직격타를 맞은 후 OTT 시장에 의존하며 악화된 제작 현실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는 국내 제작사와 방송사로서는, 천정부지로 오를 출연료를 저지할 힘이 없으니 울상이 될 수밖에 없다.

솔직히, 작품의 성과는 출연 배우에게 그리 직접적인 타격을 주진 않는다. 물론 위신이 깎일 수 있고 다음 작품을 고르는 데 있어 적지 않은 방해가 될 수 있겠으나 이미 계약된 출연료를 못 받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 즉 해당 작품이 얼마큼의 수익을 내어 이미 지출된 막대한 제작 비용을 채워줄지는, 오롯이 제작진의 몫으로 남겨진 두려움이고 불안이라 하겠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배우의 몫은 작품이 좋은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해 주어진 배역을 남김없이 소화하면 될 일인데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하지만 문제는 국내 드라마와 영화계가 처한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데 있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은 대폭 줄어들고 대신 OTT 시장의 규모가 막대해지긴 했으나 그로 인해 광고의 단가가 하락했다. 여기에 각종 OTT에서 다채로운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면서 대중의 눈 또한 높아졌으니 그냥 만들 수 없다. 제작비가 여러모로 상승해야 할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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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우의 출연료가 큰 폭으로 올랐고 여전히 오르고 있으며, 앞으로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싶다. 누군가 앞장서서 저지해 준다면, 그렇게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작품의 성과에 있어 배우에게 이전의 것과 좀 더 확장된 기여도를 요구할 수 있다면 더없이 고마울 텐데. 이러한 상황에서 배우 김고은의 ‘돈값’ 언급이 대중에게 지각 있는 발언으로 느껴지는 동시에 해당 업계에 마치, 하나의 일침처럼 작용하게 된 까닭이리라.

김고은의 ‘돈값 해야지’는 그녀가 촬영을 시작할 때 친한 스태프들에게 농담처럼 내뱉는, 그러나 본인의 신조와 같은 진심 어린 말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녀는 배우로서의 연기는 물론이고 작품이 완성되면 홍보하는 일까지 온 힘을 다해 뛰어든다. 대중문화예술을 하는데 아무도 안 봐주면 사실 의미가 없다며 최대한 많은 사람이 작품을 보도록, 욕을 하더라도 보고 욕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곳곳에 출연하여, 참여한 작품을 알린다.

“배우로서 받는 페이에 대한 정말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하나의 작품이 흥행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요소가 들어맞아야 한다. 무작정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고,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고, 좋은 성과가 보장되진 않는다. 감독도 배우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대중의 마음의 물꼬를 틀 좋은 타이밍과 같은 요소들도 존재하니, 그저 최선을 다할 뿐 결과는 온전히 천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어떤 배우는 이 ‘최선’의 영역을 연기까지만 생각하나 김고은은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으로 확장했다.

‘돈값’이라 명명하며, 작품을 흥행시키기 위해 대중과 소통하길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예전의 대중은 작품을 홍보하려고 평소 잘 나오지 않던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배우의 모습을 아니꼽게 바라보곤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치 이런 곳에 나올 사람이 아닌 듯한 유연하지 못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 김고은의 최선을 기울인 ‘돈값’은 이러한 고질적인 시선마저 단번에 바꾸어, 오히려 지각 있는 배우의 행동으로 다시 보게끔 했다.

김고은의 ‘돈값 해야지’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배우의 진정성이어서, 그런 그녀의 진심이 대중의 마음에 제대로 가닿은 건 아닐지. 그리하여 한창 시끄러운 배우의 출연료에 관한 화두 또한 제대로 던지는, 중요한 계기까지 마련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 없이 먹튀할 예정인 클린스만 때문에 마주한 자본주의의 단면으로 쓰라렸던 마음이, 김고은의 ‘돈값’ 덕에 치유되는 중인 건 분명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유튜브 ‘요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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