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샤 로이즈 고경범 부장
A24 인터내셔널 대표 사샤 로이드·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이 ‘패스트 라이브즈’를 협업한 이유를 밝혔다/제공=CJENM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할리우드 제작사 A24와 CJ ENM이 함께 투자 배급한 작품이다. 샤샤 로이드 A24 인터내셔널 대표와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이 협업한 소감을 밝혔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배우 유태오, 그레타 리, 존 마가로 등이 출연한다.

이 영화는 셀린 송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데뷔작이다. 지난해 1월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제3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후 외신 및 평가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같은해 11월 본격적인 오스카 시즌 시작을 알리는 고담 어워즈와 뉴욕 비평가 협회상에서 각각 최우수작품상, 신인작품상을 거머쥐며 화려한 수상 레이스의 시작을 알렸다.

현재까지 전 세계 75관왕 212개 부문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웠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제96회 미국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다. 비록 수상은 불발됐지만 지금도 화제의 중심에 있다.

A24는 2012년 출범했다. 한국 대중들에게는 윤여정에게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안겨 준 ‘미나리’를 제작한 회사로 익숙하다. 또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로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과 이성진 감독에게 에미상과 골든글로브상을 안긴 바 있다.

이 밖에도 ‘공포 영화의 마에스트로’ 아리 애스터의 ‘유전’ ‘보 이즈 어프레이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더 랍스터’ 등을 제작하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두 회사가 ‘패스트라이브즈’의 협업을 준비하게 된 것은 홍콩영화제가 시작이었다. 고경범 CJ ENM 영화 사업부장은 ‘A24 샤샤 로이드 대표와 힙을 합치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로이드 대표는 “A24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재정립하는 회사라 생각한다. 아티스트가 핵심에 자리하고 있고 영화, TV, 다큐멘터리 같은 미디어를 벗어나 여러 다른 제품이나 출판까지도 아우르고 있다”면서 “아티스트를 비즈니스의 중심에 두기 때문에 송 감독 같은 훌륭한 한국계 감독과의 인연이 닿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로이드 대표는 CJ ENM과의 협업에 “값지고 좋은 경험”이라고 극찬했다. “송 감독의 비전을 잘 구현하자는 목표를 함께 달성하면서 ‘협업의 힘이 이런 거구나’라고 몸소 느꼈죠. 함께했을 때 얼마큼의 파급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알게 됐고 로컬 파트너와 함께하며 보람도 느꼈습니다. 송 감독의 아름다운 비전을 영화로 만드는 것과 관련해 최고의 버전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패스트라이브즈
배우 유태오·그레타 리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 출연했다/제공=CJENM
PAST LIVES (2023)
배우 유태오·그레타 리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 출연했다/제공=CJENM

한국적인 소재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전 세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받고 있는 ‘패스트 라이브즈’. 로이드 대표는 인기 요인에 대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인연’이라는 소재가 전 세계 관객이 공감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세상을 통틀어 아름다운 것과 지역적인 것, 한국적인 게 충분히 감동을 안겨 줄 수 있어요. 각본을 읽을 때부터 ‘한국의 인연’이라는 개념이 보편적인 감성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미나리’는 좋은 이야기와 훌륭한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A24는 재능 있는 감독과 일하고 싶은 회사라 창작자의 비전을 이해하고자 많은 시간을 보내죠. 저희와 조건만 맞는다면 누구라도 환영하고, 한국은 현시대 최고의 크리에이터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많은 감독과 스토리텔링할 기회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고 영화 사업부장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관객층이 반응했던 것이 인기비결이자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한국어 영화에 대한 장벽이 있었는데 SNS와 스크리밍 플랫폼이 국가 간 정보의 장벽과 콘텐츠 유통의 장벽을 무너뜨렸죠. 그러면서 외국어로 연기하는 영화나 문화적 요소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어요. SNS를 활발히 활동하는 세대는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할리우드 영화 관객들 사이에서 ‘A24픽’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A24는 팬과 창작자와의 연결성을 생각하며 멤버십 제도를 론칭했다.

“‘글로벌 멤버십 AAA24’를 론칭했는데 A24의 모든 것을 독점으로 향유할 권한이 있어요. 멤버십 제도로 저희 영화를 사랑하는 팬이 배급 제작하는 작품을 기대하며 보고 싶어 한다는 것과 창작자와 연결을 원한다는 점을 확인했어요. A24가 성장하면서 관객도 함께 성장했어요.”

앞서 고 부장은 언론시사회에서 “CJ가 1990년대 영화를 시작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영화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사업 전개를 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관객이 있고 수요 예측의 방향으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영화관에 적합한 콘텐츠, 장르 등에 대해 생각하고 기획한단다.

“단순화하면 두 가지 방향이에요. 블록버스터는 허들을 높이는 작업을 할 것이고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두고 신뢰 기준을 높일 거예요. 과거 단선적으로 판단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와 동일하게 판단하려고 해요. 또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과감한 투자가 시도되거나 기존 성공모델은 없지만 실험적인 작품에 도전할 계획이죠. ‘패스트 라이브즈’도 동양인 캐릭터가 나오는 한국적인 이야기의 영화예요.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아도 지금 시대에 명확한 가치를 가질 영화, 요즘 유효한 콘텐츠를 선별하겠다는 뜻입니다.”

‘기생충’의 성과 이후 관객들은 ‘제2의 기생충’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북미 시장에서의 CJ ENM의 위상이나 기대효과를 실감하고 있을까.

“‘기생충’ 성과 이후 뭘 더 해볼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북미 확장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죠. ‘기생충’이 북미 주류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퀄리티를 증명했고 ‘오징어 게임’이 바로 등장하면서 연쇄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어요. 한국사업자로 시도할 수 있는 건 핵심 영역을 넓히는 일이자 유태오 같은 좋은 배우가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거죠. 문화 다양성에 기반한 작품을 만들어 널리 알리는 기회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기생충’ 같은 완전한 한국 영화를 만들어 알리는 것도 있고, 저희 IP를 통해 할리우드 배우를 기용해 한국의 이야기를 알리는 거죠. 한국에 재능 있는 창작자가 미국 영화를 만드는 방법도 있어요. 오우삼 감독이 할리우드로 날아가 홍콩의 노하우와 독특한 액션을 ‘미션 임파서블 2’에서 펼친 사례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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