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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2020년 7월 20일, 어려운 시기에 기적처럼 찾아온, 한국에서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첫 번째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희귀동물은 증여나 판매 등이 불가능하다는 워싱턴 협약에 따라, 한국에서 태어났어도 모든 판다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중국으로 반환되는 것이다.

‘푸바오’가 대중과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었던 지난 3월 3일을 앞두고 애버랜드는 몇 주일간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마지막 날은 푸바오가 들어간 후에도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사람들과 ‘푸바오 할아버지’라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와 송영관 사육사가 서로 마주하며, 한 걸음 깊이 다가온 이별의 순간을 실감하고 눈물짓기도 했다.

그만큼 ‘행복을 주는 보물’이란 뜻의 이름처럼 푸바오가 사람들에게 선사한 행복은 거대했는데, 어쩌면 고작 197g에 불과한 작은 생명체가 가져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기치 못한 크기로 하나의 신드롬에 가까웠다. 푸바오가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영상에 담아온 사육사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영상 속에서 푸바오는, 사육사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그저 아기 판다가 아니라 세상 어디에도 없는, ‘푸바오’라는 고유한 생명체로 다루어졌다. 당연히 보는 이들 또한 특별한 유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랜선 육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플랫폼의 벽을 넘어 푸바오가 성장하는 모든 순간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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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무엇 하나 마음 둘 곳 없는 각박한 세상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종이 다른 생명체 간에 오가는 신뢰의 양상이 마음을 더없이 안온하게 만든다며, 또 다른 누군가는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그렇게 성장하는 과정을 보며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위로와 격려를 느낀다며. 매주 푸바오의 영상을 찾아보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완벽하게 이입되어 동일한 ‘행복’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이제 성체가 되어 떠날 시기가 찾아왔다. 이는 미리 예기된 것으로 어른이 되어 독립해야 할 때를 맞이해야 했던 지난날의 우리, 혹은 지금의 우리를 떠올리게 했고, 푸바오를 다시 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서 비롯된 아쉬움과 슬픔도 컸지만 동시에 익숙하고 사랑 가득했던 공간을 떠나야 한다는 상황에 과몰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인간의 감상과 달리 어느새 어른 판다의 길목에 선 아기 판다는, 여전한 사랑으로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사육사들의 존재에 힘입어 어엿한 자이언트 판다로의 길을 향해, 여느 때와 별다른 것 없는 모습으로 담대하게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그야말로 보물, 푸바오가 전하는 행복의 완벽한 결말이다. 여러모로 특별한 감정을 안긴 푸바오가 자이언트 판다로서 자신만의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아쉬운 마음을 애써 뒤로 하고 즐거이 마중을 나오는 이유이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에버랜드 공식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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