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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터질 것은 언제고 터지고 만다. 타이밍을 잴 뿐. 원한이 오랠수록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기다리는데 어떤 경우에는, 기다리지 않았는데도 그러한 순간이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그때, 즉 ‘이때다 싶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겨누고 있던 총의 방아쇠를 당기면 백발백중이다.

이 드라마 같은 설정이 연예계에서는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더 글로리’에서 학폭(학교 폭력) 가해자였다가 후에 지독한 결과로 되돌려받는 ‘이사라’를 실감 나게 연기해 낸 배우 ‘김히어라’, 본인조차 실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중에게 거대한 사랑을 받고 있던 바로 그 순간, 드라마 속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는 과거가 폭로된다.

누군가가 위협을 느낄 수도 있을 위치에 있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직접적인 위해나 폭력을 가한 적은 없다는 해명에도, 현재 그녀는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이사라가 마주했던 완전한 몰락까진 아니나, 놀랍게도 작품과 어느 정도 결을 같이 하는 전개다. 아직은 진실 공방 중이지만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존재하는 피해자들에겐 과거의 고통이 일정 부분 보상받는 상황이겠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배우가 조준되었다. 배우 ‘송하윤’, 그녀 역시 작품에서 겉으로는 가족만큼 짙은 관계를 맺었으나 이면에서는 온갖 음해와 모함을 해오며 가장 친한 친구의 삶을 망가뜨린 캐릭터,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정수민’ 역할을 맡아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치면서 대중의 뇌리에 제대로 각인되었다. 비로소 오랜 무명의 시간을 벗어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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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감격이 얼마나 컸는지 그녀는 마침 출연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시간을 빌려 대중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연기자의 꿈은 연기를 하는 건데 꿈을 이루게 되었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연기해 보겠다며 눈물 고인 목소리로 외치는 모습에, 배우로서의 진정성을 한 움큼 느낀 대중의 마음은 한층 각별해졌더랬다.

그렇게 절정의 타이밍에 다다른 것일까. 기다렸다는 듯 여배우 S 씨, 그러니까 송하윤을 두고 꽤 구체적인 학폭 의혹이 터졌다. 그것도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물론 그녀와 소속사는 바로, 의혹의 일부, 즉 전학을 간 사실을 제외하고는, 피해자로 추정되는 제보자가 주장하는 폭력의 내용은 일절 부인했다. 그러나 의심이 될 만한 정황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현재 그녀가 처한 상황은 여의찮아 보인다.

아직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데다가, 더 큰 문제는 사안의 특성상 그 진면목을 제대로 대면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녀가 받고 있고, 받을 이미지의 타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겠다. 대중으로서는 당분간, 마치 드라마 속 인물, 정수민이 꾸며낸 꾸밈없는 눈빛과 표정에 홀딱 속아 넘어간 사람들의 연장선상에 놓여버린 듯한 기분을 지우기 힘들 테니까.

하고 많은 배역 중에 하필이면 학폭 관련 사연이 있는 캐릭터를 맡아서, 와중 또 연기를 잘하는 바람에 눈에 띄어서, 사필귀정인지 우연하여 더욱 기구한 타이밍인지, 숨어 있던 과거의 원한에 정조준될 계기를 마련한 꼴이 되어버렸다.

드라마도 잘 활용하지 않을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서사다. 어찌 되었든 얼마간의 진실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어렵더라도 당사자인 배우가 직접 나서서 조금의 의구심도 남겨두지 않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 아닐까. 그렇지 못하다면 김히어라의 전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테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넷플릭스 ‘더 글로리’,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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