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을 뒤집고 SK㈜ 지분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 가치 증가에 기여했다고 인정하며 노 관장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노소영 최태원의 이혼 이유와 사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결혼생활이 완전한 파국을 맞은 것은 2005년에서 2007년 사이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이혼 소송 1심에서 동의한 내용이라는 것이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의 주장이다.

이혼의 원인에 대해서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은 물론 가사도우미, 운전기사, 자녀 등에게 행했던 충동적 행동의 영향이 크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노 관장의 독선적인 성격을 견디기 힘들어했으며 노 관장 본인의 기분에 따라 가사도우미나 운전기사, 혹은 남편, 자녀들에게 이 같은 성격을 표출했다고 한다. 그래도 당사자(최태원 회장)의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 동안에는 (부모님께서) 완충제 역할을 하셨는데, 이제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나니 의뢰인이 공포심을 느낀 상황이었다고. 그 후 갈등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앞서 1988년 9월 혼인한 두 사람은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2015년 최 회장이 언론을 통해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며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리고 이혼 의사를 밝혔다.  

언론 매체에 편지를 보내 혼외 자녀 존재를 공개한 것이다. 최 회장이 쓴 편지에는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한다’라는 글로 시작하는 A4 3장 분량으로 가정사에 대한 솔직한 심경이 담겨 있었다.

당시 편지에서 현재의 동거인인 김 이사장의 존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노소영 관장과 성격차이 때문에 십 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며 “오랜 시간 별거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며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년 전 여름,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고, 노 관장도 이를 알고 있지만 숨겼다”고 고백했다. 이어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인데,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결자해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또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이라며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한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며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

편지가 공개된 뒤 노 관장은 국내 일간지에 “모든 것이 내가 부족해서 비롯됐다. 가장 큰 피해자는 내 남편이었다”며 “이혼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후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노 관장은 그동안 “가정을 지키겠다”며 맞서왔다.

최태원 회장이 2015년 작성한 편지 전문이다.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종교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습니다.

노 관장과 부부로 연을 이어갈 수는 없어도, 좋은 동료로 남아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가정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습니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몇 년이라는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깨진 결혼생활과 새로운 가족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일은 제 지위와 안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몇 사람들의 앞으로도 지속될 삶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입니다. 그런데 정작 제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알려진 사람으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합니다.

2015. 12. 26 최태원

이후 2년 뒤인 2017년 7월 최 회장은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당시 노 관장이 이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합의이혼에 실패했다.

그러다 2019년 12월 노 관장은 입장을 바꿔 이혼과 위자료,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절반 수준인 약 650만주(약 1조원)에 대한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노 관장 측은 1심 진행 과정에서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SK㈜ 주식 17.5% 중 42.29%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노 관장의 지분 요구에 대해 삼남매의 상속을 염두에 둔 조치란 해석을 내놨다. 최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자녀를 의식해 지분을 요구했다는 의견.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의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 회장이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에게 증여·상속받은 SK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예금 등만 재산 분할 대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양측 모두 항소했다.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재산분할을 위한 청구취지액을 현금 2조원으로 변경하고, 위자료 청구액수도 30억원으로 바꿨다.

항소심 재판부는 SK그룹이 1992년 태평양증권 인수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300억원 규모)을 썼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인정했다.

2024년 5월 30일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김옥곤·이동현)는 이날 열린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 공판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에 따른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두 사람 모두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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