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페스티벌 시즌이 돌아오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 페스티벌 라인업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그런데 고유의 장르를 전면에 내세운 음악 페스티벌이 오히려 장르적 전통성 보다, 수입 확보를 위한 대중적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음악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뉴시스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 2024’(이하 서재페)는 3일권 가격이 무려 42만원, 1일권 티켓은 18만7000원이다. 이 같은 높은 가격이 책정된 데에는 라인업에 소위 ‘몸값 높은 가수’가 대거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서재페의 라인업에는 현재 최고 추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돌 밴드 데이식스가 서브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렸다. 2017년 발표한 ‘예뻤어’와 2021년 발표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동시에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을 이뤄내면서 데뷔 9년차에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고 최근 ‘밴드 붐’을 상징하는 밴드이기도 하다. 데이식스라는 밴드 자체의 실력이나 인지도, 무대 장악력 등은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이들이 재즈페스티벌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데이식스 뿐만 아니라 올해 서재페에는 이영지, 비비, 원슈타인 등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아티스트를 다수 섭외했다. 올해뿐만 아니라 서재페는 “재즈 페스티벌에 재즈의 비중이 적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당장 가을에 열리는 국내 대표 재즈페스티벌인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과 비교해도 자라섬재즈가 재즈계열 아티스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록페스티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때 수도권에만 초대형 록페스티벌이 5개가 격돌하는 과열 양상을 보였던 것과 달리 현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동두천 록 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말고는 모두 문을 닫았는데, 남아있는 록 페스티벌마저도 라인업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장르적 범위가 넓어지면서 사실상 ‘록 페스티벌’로 불리기엔 민망한 상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순수하게 재즈, 록 음악만을 즐기는 팬들로는 수입을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페스티벌 주최 측이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국내 아티스트를 섭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해당 음악 장르의 팬들은 당연히 주최 측에게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순간 장르를 내세운 페스티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입지가 좁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수 마니아를 위한 소규모 페스티벌로 몸집을 줄일 것이 아니라면, 대중친화적인 노선으로 가되 ‘장르’에 초점을 맞춘 페스티벌이 아니라 ‘가치’ 혹은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는 페스티벌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대다수의 페스티벌을 보면 특정 음악 장르를 기반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페스티벌을 찾아보긴 힘들다. 결국은 자본의 문제가 엮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익성은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다만 단순히 관객 동원력이 좋은 아티스트를 내세운 ‘봄날의 피크닉’ 이미지 장사로 남지 않으려면 해당 페스티벌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목적성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음악적 장르는 이 목적이나 방향성을 보조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써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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