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기부 중 ’75억원’어치가 앨범 기부

복지센터 직원 “앨범 안 받는다…문의전화 받기도 싫어”

가수 김호중의 일부 극성 팬덤이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면서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구나 그 명목으로 ‘기부’ 등 선행을 꾸준히 해왔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스스로의 치부를 들춘 꼴이 됐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앞서 지난달 26일 KBS 시청자 청원 홈페이지에는 ‘100억 기부 나눔의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인 김호중 아티스트’라는 게시글이 발단이 됐다. 게시글에서 작성자는 “김호중의 천재적인 재능을 아깝게 여겨 그가 자숙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법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사회는 한 번은 보듬고 안아줘야 하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호중의 팬들이 4년 동안 100억원 가까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할 수 있었던 것은 김호중이 가진 이름의 선한 영향력 덕분이라고 추켜세우면서 정상 참작을 해줘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문제는 기부처다. 김호중의 팬 클럽 아리스는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4년간 총 97억 126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지만, 기부처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리스가 공개한 현금 기부는 튀르키예 지진 복구 지원 유니세프 성금 2억 2500만원, 수재민 돕기 희망브리지 성금 3억5100만원 등 그리 크지 않았다.

눈길을 끄는 건 이 중 3/4에 해당하는 비중인 75억원어치가 김호중의 정규 2집 앨범 ‘파노라마’ 52만 8430장을 구매한 데 들어갔다. 앨범 1장당 1만 4190원의 가격을 책정해 기부 총액을 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가요계에선 앨범 기부가 공공연히 행해져왔다. 자신이 지지하는 가수의 초동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꼼수로 앨범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처치 곤란한 앨범을 기부하는 행태다. 말이 좋아 기부지 사실상 ‘쓰레기’를 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과거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자신을 복지센터 직원이라고 소개한 A씨는 “아이돌, 가수 등이 컴백하면 팬들이 앨범을 왕창 기부한다. 안 받는다고 하긴 하는데 문의 전화 받기도 이제 싫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A씨는 “그 앨범들 복지센터에서 쓸 곳이 있겠냐. 본인들 쓰레기를 기부라는 이름으로 처리하는 것 같아서 화가난다”며 “응원하는 가수 성적 올려주고 싶고 팬사인회 가고 싶어서 앨범을 사놓고 처리하기 어려우니 복지관에 선행인 척 쓰레기 떠넘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복지센터에서 기부 앨범 안 받는다고 하니 온라인에서 조롱하는 모 아이돌 팬들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부의 사전적 의미는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음’이다. 그것이 돈이든 물건이든 수해자를 도울 수 있는, 즉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팬들도 필요 없어 버려지는 앨범이 이들에게 필요할까. 심지어 최근까지도 일부 가수들의 팬 커뮤니티에서는 음반 기부를 목적으로 한 공동 모금이 진행되어 왔고, 이 모금액이 마치 음반 차트 성적과 같은 인기 지표인냥 자랑스럽게 여겨지고 있다.

비뚤어진 팬심과 차트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 꼼수 그리고 그것이 ‘선의’라고 믿는, 혹은 믿고 싶어하는 어긋난 일부 팬덤이 진짜 올바른 기부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다수의 케이팝 팬덤의 선한 영향력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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