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가 올해 상반기 극심한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전통의 강자였던 주말드라마에서도 2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는 변화한 환경과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KBS 드라마의 부진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연말 시상식에 상을 주는 게 부끄러워질 정도다.

KBS 로고 / KBS 제공

KBS 드라마가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MBC, SBS, tvN 등 경쟁 방송사들이 흥행작을 쏟아내는 동안 KBS 드라마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고려거란전쟁’, ‘오아시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의 작품으로 비평과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녀와 순정남’ 메인포스터 / KBS 제공

특히 KBS 주말드라마는 연이은 시청률 부진으로 침체에 빠져있다. 지난 3월 23일 첫 방송한 KBS 2TV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은 초흥행작 ‘신사와 아가씨’의 지현우와 김사경 작가의 재회로 방송 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미녀와 순정남’은 24회를 넘겼지만 여전히 20%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KBS ‘미녀와 순정남’ 시청률 / 다음, 닐슨 코리아

특히 ‘미녀와 순정남’은 자극적인 설정과 막장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주인공(임수향)의 엄마(차화연)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딸에게 누드 화보 촬영을 권유하는가 하면 돈 많은 남자와 약혼하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이를 거부한 여주인공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그 여파로 기억을 잃게 된다. 진부한 스토리에 지친 시청자들은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함부로 대해줘’ 메인 포스터 / KBS 제공

월화드라마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5월 방영한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후 단 한 작품도 5%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함부로 대해줘’는 1회 시청률이 2.3%로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률은 1%대로 하락했다. 선생과 제자의 사랑이라는 진부한 소재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이 주 원인으로 제기됐다.

KBS ‘함부로 대해줘’ 시청률 / 다음, 닐슨 코리아

전문가는 KBS 드라마의 부진 이유를 시청자들의 기대에 맞추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 평론가)는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KBS 드라마의 부진에 대해 “방송 플랫폼 환경이 굉장히 많이 변하면서 시청 행태도 좀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KBS 주말 드라마 같은 경우는 이전에 했던 패턴들을 단순 반복하는 게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기존의 어떤 정형화된 틀을 단순 재생산하고 배우나 연출이나 이런 배우만 바꿔가면서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라며 “과거엔 레거시 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 방송사가 편성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내보냈기에 가능했지만, 환경이 바뀐 상황에서 이전의 방식은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단 윤 교수는 기존 KBS 주말드라마의 가족극에 한계가 왔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다양한 OTT 플랫폼에서 나오는 드라마를 통해서 수많은 소재의 이야기들이 많아진 상황에서 일상 가정의 어떤 소소한 문제들을 가지고 가족 드라마를 풀어나가는 게 한계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극 소재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안 한다”라며 “과거 ‘내 딸 서영이’나 ‘황금빛 내인생’처럼 가족극이지만 시대 정신을 다루면서 흥행까지 가져갔던 주말 드라마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전면적 혁신이 없다면 주말드라마의 침체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교수는 KBS 미니 시리즈들의 잇따른 부진에 대해 “기본적으로 KBS 미니시리즈는 주말드라마와 다르게 케이블, OTT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만큼 다양한 실험을 했지만, 시청자의 눈높이와 안 맞으면서 저조한 시청률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캐스팅 파워에서 KBS가 밀린 것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최근 시청률이나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들은 KBS 미니시리즈가 ‘어쩌다 마주친, 그대’인데 주연을 맡은 배우 김동욱, 진기주가 스타 캐스팅은 아니었다. 게다가 주제도 대한민국에서는 잘 안 먹히는 타임슬립 물인데도 흥행에 성공했다”라며 “배우들의 캐스팅 파워를 이야기하는 건 과거 레거시 미디어에서나 통하는 방법이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만들면 시청자들은 어떻게든 따라올 것이다”고 진단을 내렸다.

KBS 드라마가 다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막장 스토리와 진부한 소재를 버리고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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