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신은주 기자] 출연자 리스크에 이어 제작자 리스크가 방송가를 뒤흔들고 있다.

어떤 콘텐츠라도 “일베 감독이 만든 영화”, “이것도 조작 아니야?” 등의 의심과 추측이 가시질 않는다. 다 된 밥에 재 뿌리기가 따로 없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는 크게 이목을 끌었지만 최근 제작자의 이슈로 인해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길복순’의 변성현 감독은 6년 전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회원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6년이나 지났지만 그가 연출한 영화를 본 시청자들은 대사 한 마디, 소품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는 지난 2017년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의 개봉 직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데이트 전에 홍어를 먹어라. 향에 취할 것이다”, “이게 다 문 씨 때문이다” 등의 글을 업로드했다. 그가 ‘일베’ 회원이라는 의혹을 받자 그의 작품에도 악영향이 미쳤다.

‘불한당’은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으나 국내에서는 ‘평점 테러’ 등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다수 누리꾼들은 ‘불한당’에 평점 1점을 매겼고 “감독만큼 수준 이하”, “그 영화에 그 감독”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변 감독은 “아무 생각 없이 적었던 저속한 발언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 지역차별주의나 여성차별주의자는 아니다. 내 고향은 전라도이며 특정 지역과 여성 비하를 일삼는 사람들을 가장 혐오한다”라고 해명했다.

이후 5년 만에 영화 ‘킹메이커’로 복귀한 그는 한 인터뷰에서 “‘킹메이커’는 내 정치적 신념을 나타내려는 영화는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봐 주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변 감독의 신작 ‘길복순’이 또 한 번 변 감독의 ‘일베’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소품에 적힌 ‘순천-전라’라고 쓰인 부분이 ‘일베’ 화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넷플릭스 측은 “A급 킬러는 글로벌 업무를 받기 때문에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서울-코리아’ 식으로 국적이 표시되지만 C급 킬러는 국내 업무만 하기 때문에 국가 표시 없이 지역으로 표시된 것”이라며 “어떠한 정치적 의도나 이유는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앞서 논란에 휩싸였던 감독은 그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다. 보다 확실하고 적나라한 해명이 없다면 앞으로 공들여 만든 차기작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안길호 감독의 학교폭력 의혹으로 인해 ‘학교 폭력 감독이 만든 학교 폭력 영화’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안 감독은 “상처받으신 분들께 깊이 용서를 구한다”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뵙거나 유선을 통해서라도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라고 의혹을 인정했다.

투표 조작 의혹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안준영 PD는 최근 Mnet으로 복귀 소식을 전했지만 강한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그는 지난 2021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시리즈에서 시청자 유료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혜택을 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22년 Mnet에서 퇴사했지만 출소 이후 Mnet에 재입사했다.

Mnet 측은 이와 관련해 “지난 과오에 대한 안 PD의 처절한 반성, Mnet과 개인의 신뢰 회복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의지를 고려해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 PD를 받아준 Mnet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진상규명 위원회 연합은 지난 3일 안 PD의 재입사를 두고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CJ ENM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빠르게 취해 나가겠다’라고 선언했다”라며 “조작의 중심에 있던 PD를 재입사시키는 것이 CJ ENM과 Mnet이 추구하는 공정의 가치인지 의문스럽다”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날 Mnet 측은 결국 안 PD 재입사에 대해 사과했다. Mnet 측은 “안준영 PD 채용 결정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과거의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고자 했던 결정은 사회의 공정에 대한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출연자 리스크도 작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만 제작자 리스크는 작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고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다 할지라도, 해외에서는 극찬을 받는다 할지라도 6년이 흐르던 16년이 흐르던 그 작품은 ‘논란 있는’ 감독의 작품인 것이다.

신은주 기자 sej@tvreport.co.kr / 사진=TV리포트 DB,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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