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빌보드 '핫 100' 85위를 달성한 '큐피드'. ⓒ어트랙트 제공, 빌보드 화면 캡처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빌보드 ‘핫 100’ 85위를 달성한 ‘큐피드’. ⓒ어트랙트 제공, 빌보드 화면 캡처

데뷔한 지 다섯달도 채 안 된 4인조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싸고 믿기 힘든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24일 발표한 노래 ‘큐피드’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3주 연속 진입한 것이다. 첫 주 100위, 지난주 94위, 이번 주 85위다. 이는 데뷔 여섯달 만에 ‘디토’로 ‘핫 100’에 진입한 뉴진스보다 빠른 속도다. ‘핫 100’에 이름을 올린 걸그룹으로는 원더걸스, 블랙핑크, 트와이스, 뉴진스에 이어 다섯번째다. 지난해 11월 데뷔해 국내에서도 아직 생소했던 이들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발단은 쇼트폼 영상 기반의 에스엔에스(SNS) 틱톡이다. 어느 국외 이용자가 ‘큐피드’ 영문 버전의 프리코러스(후렴구 직전에 나오는 짧은 소절)를 따서 속도를 빠르게 높인 뒤 “2023년 최고의 프리코러스”라는 글과 함께 올렸다. 틱톡은 누구나 음악을 등록할 수 있고, 누구나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이 버전이 여러 게시물의 배경음악으로 퍼지면서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챌린지도 유행하고 있다.

외국 작곡가들이 만든 ‘큐피드’는 댄스음악 치고는 느린 템포에 선명한 멜로디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2~3년 전 유행한 도자 캣의 ‘세이 소’, ‘키스 미 모어’와 비슷한 느낌의 디스코팝으로, 자극적 보컬 없이 우아하고 편안하게 불러 일상의 배경음악으로 좋다”며 “특히 속도를 높이니 멤버들 목소리가 가늘어지고 비트도 통통 튀어 더 매력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틱톡 이용자들이 이 음악에 맞춰 자발적으로 손댄스 챌린지를 하는 등 사람들이 가지고 놀기 좋은 음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음원 스트리밍으로 이어져 빌보드 성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프티 피프티의 노래 ‘큐피드’에 맞춰 한 이용자가 춤추는 모습을 올린 틱톡 영상. ⓒ틱톡 갈무리
피프티 피프티의 노래 ‘큐피드’에 맞춰 한 이용자가 춤추는 모습을 올린 틱톡 영상. ⓒ틱톡 갈무리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에서의 반응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12일 현재 100위까지 집계하는 멜론 실시간 차트에선 이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200위까지 집계하는 지니 실시간 차트에선 ‘큐피드’가 127위에 올라 있다. 중소 기획사의 신인 그룹이라 국내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음악방송 출연 횟수도 아직은 3~4회 수준이다. 소속사 어트랙트 관계자는 “활동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외에서 먼저 화제를 모으면서 거꾸로 국내에서의 관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빌보드 차트 성적 등이 연일 화제가 되자 국내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고, 결국 소속사는 13일 피프티 피프티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홍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런 국내외 온도차는 틱톡 영향력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도헌 평론가는 “해외에선 틱톡 바이럴의 영향력이 너무 강해서 차트에 곧바로 반영되지만, 국내에선 틱톡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그래도 요즘은 틱톡에서 화제를 모은 일본 가수 이마세의 노래 ‘나이트 댄서’가 멜론 종합 차트 20위권에 드는 등 틱톡의 영향력이 국내에서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이마세는 13일 저녁 첫 내한 쇼케이스를 연다.

한겨레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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