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했습니다. 영화관에 가기 전에 읽어도, 다녀온 뒤에 읽어도 상관 없습니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매번 다른 게 영화이야기니까요. (다만, 기사에 따라 스포가 포함될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영실이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고 나간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힘이 났다.”

배우 옥자연은 영화 ‘사랑의 고고학’ 속 영실의 첫인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영화 ‘사랑의 고고학’은 tvN ‘마인’, ‘슈룹’ 등을 통해 대중과 만난 옥자연의 첫 원톱 주연작이다. 지금까지 작품 속 옥자연은 똑 부러지거나, 맹랑하거나, 차가웠다. 이번엔 다르다. 스크린 속 옥자연은 순하고 싱거운 사람 ‘영실’ 그 자체다. ‘사랑의 고고학’은 8년간 이어온 영실과 인식의 사랑, 그 안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영실이의 서사를 그린다. 

 영실은 만난 지 8시간 만에 사랑에 빠진 인식(기윤 분)과 8년을 만난다. 모양이 다른 두 사람의 연애는 삐걱거림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영실은 인식과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설렘이 끝난 뒤에도 곁에 있겠다는 문장을 수시로 기억한다.  

인식은 달랐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들추며 영실을 단속한다. 영실이 누구와 연애를 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연애했는지, 영실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 중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인지 묻는다. 영실은 “오늘만 벌써 9번째 물어보는 거야”라며 탄식한다. 하지만 영실이 대답을 망설이면 인식은 추궁한다. 그리고 ‘가벼운 여자’라는 프레임 안으로 영실을 밀어 넣는다. 

영실과 인식의 관계는 관객들로 하여금 지난날을 돌아보게 한다. 뒤늦게 생각해 보니 가스라이팅 범벅이었던 연애, 쉽게 풀리지 않는 관계 속 자신을 자책했던 날들, 모두가 내 마음과 같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 등이 그렇다. 

개똥도 약에 쓴다고 했다. 인식과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 속 영실은 성장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점점 공고해졌고, 자신과 속도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길 갈망한다. 자신이 선택한 일들에 대해선 일절 후회하지 않는다. 더 이상 인식에 휘둘리지 않게 된 영실은 “결정은 내가 해. 의견은 참고할게”라는 말과 함께 인식과 이별한다.  

영실은 나아간다. 오랜만에 마주친 전 연인이 영실의 이름을 부르자 “하지마”라며 단호하게 잘라낸다. 표현이 서툰 영실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뿐일까. 자신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에게 호감을 드러낸다.  

“문을 열기까진 어려운데, 열고나면 괜찮아져요” 영실은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문을 열였다. 열고 보니 별일이 아니었다. 영영 헤어지지 못할 것 같은 사람과의 이별, 새로운 사람을 맞이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163분간 그려지는 영실의 성장기는 결코 지루하지 않다. 쓴소리 한 번 하지 못하는 영실은 답답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그녀를 응원하게 되니 말이다.

한편, 12일 개봉된 ‘사랑의 고고학’은 전국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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