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튜디오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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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감독이 영화 ‘귀공자’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비록 흥행 쓴맛을 봤지만, 김선호라는 배우는 남았다.

박훈정 감독은 영화 ‘신세계’ ‘낙원의 밤’, ‘마녀’ 시리즈 등으로 누아르물의 대가로 인정받은 바. 이에 6월 21일 개봉한 신작 ‘귀공자’에 많은 관심이 쏠렸으나, 관객들의 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 박스오피스 5위로 누적 관객 수 49만 명을 기록, 개봉 2주 차에도 50만 명을 채 넘기지 못한 상황이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핸디캡이 있긴 하지만 박훈정 감독 전작들의 문법을 답습한 연출에 작품성 면에서도 호불호가 나뉘었다.

‘귀공자’의 이러한 성적에 박훈정 감독은 6월 30일 오전 IZE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상업영화 감독이다. 작품을 내놨는데 상업적으로 평가를 제대로 못 받았다면, 냉정하게 봤을 때 실패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상처가 커서 아직은 평가들을 잘 못 보고 있지만 한참 지나면 찾아보려 한다”라고 뼈아프게 새겼다.

하지만 박훈정 감독은 ‘귀공자’의 극장 개봉에 의의를 두며 마음을 달랬다. 주연 배우 김선호의 사생활 논란으로 출항부터 떠들썩했던 바. 박훈정 감독은 “‘귀공자’의 제목이 원래 ‘슬픈 열대’에서 바뀐 것이지 않나. 그래서인지 ‘귀공자’는 시작부터 슬펐다. 과정도 슬프고, 우여곡절이 굉장히 많았다. 촬영할 때가 코로나19 한창때이기도 했고. 정말 그전에 경험하지 못한 걸 많이 경험하게 된 작품이라, ‘제때 개봉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제가 많은 작품을 했지만 ‘귀공자’는 어떤 작품보다 느낌이 좀 다르다”라고 떠올렸다.

당시 박훈정 감독은 김선호가 출연이 예정된 작품들에서 하차를 당하는 위기에도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김선호 캐스팅 후 문제가 터지고, 다른 데선 하차한다 어쩐다 얘기가 나오고 있었는데 저는 사실 그때 그런 생각까진 안 해 봤다. 제가 특정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다. 완성된 뒤 거기에 맞는 배우를 찾는 편인데 그래서 캐스팅 하기까지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게 1순위가 정해지기에, 그 다음이 없다. 이번에 김선호도 그랬다. 귀공자 캐릭터와 김선호가 다 맞춰져서 결심을 내린 것이었다. 그런데 다른 배우를 찾아간다? 아무리 찾아봐도 다른 대안이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귀공자' 박훈정 감독

왜 김선호여야 했을까. 박훈정 감독은 “김선호가 안 하던 거, 못 봤던 거라 좋았다. 제가 봤을 땐 다른 얼굴이 있었고 근데 아무도 안 써먹었으니까 제가 쓴 거다”라고 애정의 미소를 보였다.

그는 “얘기만 들었지 이전엔 잘 몰랐던 배우였다. 캐스팅 과정에서 후보가 돼서 전작들을 쭉 봤는데 김선호가 정말 괜찮았고 그가 귀공자를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조연으로 출연한 작품들도 제가 볼 땐 주연보다 잘했다”라고 김선호를 높이 샀다.

김다미, 신시아 등 새로운 얼굴 발굴에 도가 튼 박훈정 감독답게 결국 김선호 캐스팅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김선호의 전에 없던 매력을 부각, 그의 열연만큼은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박훈정 감독은 “그 친구가 영화를 안 해본 배우이지 않나. 영화 주연은 말 그대로 장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지간한 배우도 그런 에너지를 갖는 게 힘들고 버거운데 김선호에게서 기운을 느꼈다. 김선호도 첫 영화이다 보니 처음엔 영화에 대한 동경도 있고 두려움이 있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몇 편을 한 친구처럼 놀듯이 잘하더라.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귀공자와 잘 맞았다. 제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내가 사람은 잘 보네 싶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김선호와 ‘귀공자’ 시즌2까지 생각했었다고. 박훈정 감독은 “처음 기획할 땐 아니었는데, 촬영하면서 (김)선호랑 개인적으로 친해지기도 하고 귀공자 캐릭터를 잘 표현해 줘서 2편을 생각해 보게 됐다. 제가 쓰고 만들었지만 김선호가 제가 생각한 이상으로 더 잘했기 때문에 플러스알파가 되어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왔다. 선호가 항상 궁금해하던 게 있었다. 귀공자는 어떻게 살았고, 어쩌다 이렇게 됐지? 이런 궁금증을 가지기에 ‘나중에 잘 되면 풀어줄게’ 했었다. 캐릭터가 아까우니까 우리끼리 얘기한 거다”라고 말했다.

‘귀공자2’는 어렵게 됐지만 차기작인 ‘폭군’은 김선호와 또 함께한다. 박훈정 감독은 “‘좋은 배우다’ 생각이 들면 계속 같이 하고 싶다. ‘귀공자’ 촬영 도중 다음 작품에 대해 얘기하게 됐고, 스케줄도 맞고 본인도 하고 싶어 해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됐다. 이미 그 배우를 잘 알고 있기에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다 보니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작업에 용이하다”라고 밝혔다.

'귀공자' 박훈정 감독

‘피칠갑 액션’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답했다. 박훈정 감독은 “액션 장면이나 폭력적인 장면을 최대한 리얼하게 찍고 싶어서 그렇다. 실제 상황이라고 치면 사람한테서 피가 얼마나 날까, ‘그럼 그만큼 해봐’ 그런 거다. 저는 액션을 액션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폭력성을 표현할 땐 최대한 리얼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데 ‘귀공자’에선 피를 많이 줄였다. 앞으로도 좀 줄여보려고 한다. 저는 예술 영화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 상업영화를 하는 사람이다. 상업적인 접근성이라고 해야 하나, 이거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다. 기존의 제 작품들을 생각하시고 또 ‘귀공자’가 청소년 관람불가이니까 지레 겁먹고 안 보시는 것 같다. 제가 당황스러울 정도다. 무거울 거라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다.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이야기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귀공자' 박훈정 감독

‘귀공자’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 박훈정 감독은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그는 “고민이 많다. 확 바꾸면 좋아하실까 싶고 익숙한 가운데서 새로운 화법을 선보여야 할까 하는 고민도 있다. 연출은 많이 한다고 느는 게 아니라는 김지운 감독님 말씀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근데 최근 영화나 드라마들 보면 저도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지금은 콘텐츠의 홍수이지 않나. 이야기 구조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 안에서 계속해서 다르게 틀고 변형하고 해야 하는데, 저도 그런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박훈정 감독은 “‘폭군’에 피드백이 반영됐느냐”라는 물음에 “사실 ‘브이아이피'(V.I.P.) 이후 약간 팔랑귀가 된 느낌이 있다. 취사선택을 잘해야겠다 싶다”라고 고백하며 “‘폭군’은 SF판타지 장르도 담겨있다. 또 ‘폭군’은 국가 조직, 능력자들도 나오고 굉장히 큰 이야기다. ‘마녀’ 시리즈랑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귀공자’ 하고는 많이 다를 거다”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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