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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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로 류승완 감독과 손잡고 올여름 극장가를 접수한다.

김혜수는 지난 1986년 16세 나이에 이황림 감독의 영화 ‘깜보’로 데뷔, 무려 38년째 전성기를 유지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올타임 레전드. 그는 ‘멋진 여성’의 표본, 이름 그 자체로 영화계에서 상징성을 지닌 ‘대배우’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 텐트폴 대전에서 영화 ‘밀수’가 과감히 워맨스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던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 조춘자(김혜수), 엄진숙(염정아)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일어나는 해양범죄활극.

극 중 김혜수는 밀수판에 뛰어든 조춘자로 완벽 변신했다. 열네 살에 식모살이부터 시작해 돈이 되고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억척스러운 인물을 소화했다. “지금까지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상스러운 캐릭터”라는 김혜수의 표현처럼 색다른 매력과 수중 액션이라는 역대급 도전을 확인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베테랑’ ‘모가디슈’ 등 상업영화의 진일보를 이끈 류승완 감독과의 첫 작업에서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과시한다. 염정아와의 가슴 뜨거운 워맨스 호흡은 물론 후배 조인성과 미묘한 멜로 라인에 박정민과 강렬한 대립, 고민시와는 훈훈한 케미까지 다채로운 활약상을 펼치며 “역시 김혜수”라는 찬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든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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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출연 이유에 대해 김혜수는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님에게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좋았다. ‘밀수’가 가장 좋았던 건 평소 관심 있던 시대인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 그리고 해녀와 밀수 소재 자체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 시대 인물 군상, 관계들이 정말 재밌었다. 어릴 때는 해보지 않은 장르에 도전해야 성장하는 줄 알았다. 지금은 모든 걸 다 배제하고 그때 내 컨디션에 맞는, 그냥 내가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에 손이 간다. 류승완 감독님의 영화 속에서 내 캐릭터가 어떨까, 흥미롭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공황 증세에 부상 투혼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밀수’에 임한 김혜수. 그는 “원래 물을 너무 좋아하는데, 영화 ‘도둑들’ 수중 촬영 당시 처음으로 공황 상태를 경험했다. 넷플릭스 ‘소년심판’ 촬영까지 겹쳐서 도무지 수중 훈련을 받을 일정이 안 나왔다. ‘이래도 되나?’ 이렇게 내 상태를 모르고 촬영하다가 안 좋은 상태가 오면 정말 어떡하나 싶은 불안감이 있었다. 큰일 났다 싶었는데 동료들과 함께 의기투합하며 제 상태에서 풀려났다고 해야 하나, 그런 희한한 감정을 경험했다. 배우들의 열정을 보면서 제가 따라가고 합류하는 이런 느낌이 참 좋았다. 감독님도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저한테는 ‘밀수’가 좀 놀라운 경험이었다. 다른 작품도 하고 있어서 ‘밀수’에 전적으로 투입된 게 아님에도 완전히 감독님과 맞닿아 내밀하게 작업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고 당시 느꼈던 특별한 유대감을 되새겼다.

이어 그는 “촬영 후반, 몇 카트 안 남겨두고 물속에서 백텀블링하는 연기를 하고 올라오다가 장비에 이마가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저희 현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와 스태프들의 안전에 정말 신경 썼다.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 매번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안전 요원, 응급 처치 인원이 상주해 계셨다. 정말 물속이든 물 밖이든 그렇게 조심했는데 사고가 나려면 나더라. 물속에서 올라온 순간 스태프들의 표정을 보는데 ‘나 좀 많이 다쳤구나’ 느껴졌다. 결국 그때 원치 않게 강제로 촬영이 종료되었고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많이 다친 거에 비해 상처는 빨리 아물었다”며 걱정을 덜었다.

김혜수는 거듭 “‘밀수’는 정말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합이 굉장히 치밀했다. 콘티를 보면서 ‘이게 가능해? 우리 이거 하라고?’ 이런 생각을 했는데 희한하게 그게 실제로 다 됐다”고 당시 느꼈던 놀라움을 회상했다. 그는 “시사회 때 영화를 보는데 다 생각이 나더라. 그때 느낀 냄새, 숨 참은 기분, 함께 봤던 눈, 희열 모든 게 떠올랐다. 한 명은 공황, 한 명(염정아)은 수영을 한 번도 안 해보고, 류승완 감독님도 얼마나 난감했겠냐. 어느 순간 감독님에게 완벽에 가까운 신뢰감을 느꼈고, 결국은 우리 팀이 다 해낸 거다. 지구상에서 처음 보는 공간에서 액션이 나왔는데 뿌듯함을 넘어선 그런 감정이 있다. ‘밀수’는 ‘우와’ 굉장히 안정감을 갖고 역할에만 몰입할 수 있는 그런 현장이었다”고 남다른 의미를 강조했다.

김혜수, 멋진 언니의 표본

출연진과 진정성 있는 앙상블에 깊은 감동을 표하기도. 김혜수는 “배우들이 이렇게 일체감을 가질 수가 있구나, 놀라웠다. 진숙이가 오열할 때면 모든 해녀가 녹아들어 있었다. 배우들이 선배의 연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과 동시에 해녀로서 현장에 있는 그런 기운, 호흡이 정말 경이로웠다. ‘밀수’엔 그런 힘이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혜수는 ‘밀수’를 ‘워맨스’에 한정 짓지 않으며 풍성한 볼거리를 자신 있게 내세웠다. 그는 “저는 내가 맡은 내 역할에 책임지고, 내가 선택하고 그들이 날 선택해서 합의한 걸 제대로 해내는 것, 그게 배우로서 책임인 것 같다. ‘밀수’가 여성 투톱 영화라고 소개되고 있지만 저는 ‘밀수’를 처음에 이해할 때도 그랬고 총체적 캐릭터들의 향연, 좋은 앙상블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춘자와 진숙 우정 이상의 관계가 중요하긴 하지만 여성 투톱물이라고 단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힘 있는 캐릭터들이 매력적인,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영화다”고 짚었다.

김혜수, 멋진 언니의 표본

김혜수는 믿고 보는 연기력뿐만 아니라 훌륭한 성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미담이 끊이지 않는 배우인데, 이번 ‘밀수’로 만난 박정민에겐 냉장고가 한가득 채워질 정도로 음식 선물을 보낸 따뜻한 일화가 전해져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김혜수는 “박정민은 정말 좋은 배우다. 현장에서 말도 없고 항상 뭔가 속으로 준비를 계속하는 느낌을 받았다. 혼자 지내냐고 물었더니 ‘네’라고 해서 누나 같은 마음으로 보낸 거였다. 그리고 대부분 배우들이 다이어트 차원이 아니라 잘 안 챙겨 먹고 못 잔다. 배우든 스태프든 못 먹고 그러는 걸 보면 안쓰러워서 챙겨주게 되더라”고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후배들을 세심하게 챙기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표현에 적극적인 그 비결에 대해 묻자 김혜수는 “저는 어릴 때부터 그랬던 거 같다. ‘고맙다’, ‘미안해’가 그래서 자연스럽다. 하지만 립서비스, 기분 좋으라고 표현할 필요는 없다. 그냥 누군가의 좋은 걸 발견할 때 제가 좋으니까, 느껴지면 말이 나온다. 의도한 게 아니여서 (그 이유는) 모르겠다(웃음), 그냥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된다. 저는 좋은 게 정말 많다”고 해맑게 웃어 보였다.

김혜수, 멋진 언니의 표본

이토록 인간미 넘치는 배우가 또 있을까. 김혜수는 “아무리 좋은 배우라고 해도 완벽한 배우는 없다. 늘 현장이 괴로운 건 모니터를 볼 때마다 자기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는 거다. 그게 굉장히 괴롭다. 어릴 땐 경험치가 적어서, 삶에 편협해서 안 되나 보다 했다. 내가 열심히 잘 살고 배우로서 매진하면 인간적으로 자연적으로 얻어지는 게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알고 있는 것과 표현은 또 다른 일이더라. 그 한계를 알고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고. 성장하고 싶고 채우고 싶은 욕심은 큰데 이를 깨닫더라도 내 연기 성장과 정비례하지 않으면 괴롭고 좌절하게 된다. 그럼에도 오래 일하면서 제대로 알게 된 건 뭐냐면 함께여야 해낼 수 있는 게 있다는 거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게 파트너, 연출자, 스태프들이다. 작품은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얘기했다.

그는 “제가 이제 나이가 너무 많아지지 않았냐. 이번에도 느낀 거지만 늘 막내였다가 어느 순간부터 선배가 되었다. 제가 지나가면 다들 벌떡 일어나 인사하는데 너무 불편하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나이가 든다고 그 숫자에 맞는 어른스러움이 장착되는 건 아니더라. 경험치가 많아진다고 해도 그런 건 없다. 뭔가 많이 했으니까 알 거 같고 그렇게 보이지만 현장에 가면 다 비슷하다. 한 가지 깨달은 건 보통 어른들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반대라는 거다. 후배들이 편하게 대해야 모든 것들이 좋아진다. ‘밀수’ 현장은 특히 배우들의 연령층 다양했는데 고맙게도 선배를 불편해한다거나 그런 게 전혀 없었다. 현장에서 우린 다 동료이고 같은 목적을 갖고 만난 거니까. 서로 자연스럽게 편한 게 중요한데 상호작용이 기반된 촬영장이었다”고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38년차 배우 김혜수의 내공이 빛을 발한 영화 ‘밀수’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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